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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찬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 이사장
어려운 학생 위해 집 보증에 기숙사 운영
인력 소개.파견 업체도 설립해 학생 취업 지원
   
박시찬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 이사장이 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플라스틱 공장에서 꿈을 키우다

 

박시찬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 이사장은 1949년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돼 일본 도쿄 내에서 가장 빈민촌이 형성됐던 아다찌구에서 태어났다.

 

이 때문에 박 이사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이타마현에서 운영하는 작은 플라스틱 제품 제조공장에서 일을 도왔다.

 

이 공장은 1년 내내 24시간 풀가동됐지만 남는 이윤이 전혀 없었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통해 일거리가 내려왔고, 중소기업들은 제품을 완납해도 대금을 4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해버렸다가 부도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박 이사장은 35세가 되던 해에 아버지를 설득해 플라스틱 제품 제조공장을 정리했다.

 

이후 주변 지인들의 자문 결과와 자신의 성격에 맞는 새 사업 분야를 고민하던 박 이사장은 사채업이나 빠징고, 불고기 음식점 등에 도전하는 보통의 재일동포들과는 달리 교육 분야에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박 이사장은 재일교포 2세로서 한일관계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젊은 청년들에게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시련을 속에서도 기회를 잡아라

 

교육 분야 진출을 결심한 박 이사장은 1984년 일본 도쿄대 정문 앞에 있던 아까몽까이라는 과외수업학원의 강의실을 오전 시간에만 빌려 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어 과외를 시작했다.

 

박 이사장이 교육 분야 사업에 뛰어든 뚜렷한 강의실도 없어 어려움을 겪던 시절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수상이 1984년 ‘유학생 10만명 유치 계획’을 수립, 언론을 통해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는 당시 세계 선진국 7개국이던 G7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뛰어난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지만 정작 일본 문화와 경제력을 전 세계에 알릴 방안이 없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학생 유치 정책을 내놓은 것이었다.

 

실제 당시 일본을 제외하고 G7 국가 가운데 유학생이 가장 적었던 프랑스의 연간 유학생 유치 수는 80만명이었지만 일본은 1만여 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박 이사장은 1985년 7월 1일 도쿄 아라카와구 히가시니뽀리에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를 설립했다.

 

아까몽은 도쿄대의 빨간색 정문을 일컫는 것이며 까이는 대학이라는 뜻이다.

 

박 이사장은 이사장 겸 교장이었고 교사와 사무직 직원 각 한 명이 아까몽까이 직원의 전부였다.

 

하지만 당시 일본어를 배우려고 하는 한국인 유학생이 없어 박 이시장은 직접 팸플릿을 가지고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 종로2가에 산재해 있던 유학원들을 방문했다.

 

그런데 일본으로 유학생 유치하겠다는 박 이사장의 생각에 동조하는 유학원은 전혀 없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서울에 있는 해외개발공사와 정부 산하 단체들을 일일이 돌며 유학생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유치할 수 있었다.

 

이어 아까몽까이에서 교육을 받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에서 취업을 하거나 대학으로 진학하는 일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재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남아 있었다.

 

바로 일본 정부가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를 학교로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유학생들에게 학업과 함께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특별비자를 발급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또다시 박 이사장에게는 기회가 찾아왔다.

 

빠른 고령화에 경제 생산 인구의 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일본 정부가 2000년 ‘유학생 30만명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부족한 경제 생산 인구를 유능한 유학생으로 대체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특별비자 문제도 해결됐고, 한국인 유학생들이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에서 비자를 받은 뒤 학업에 정진하는 한편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적인 문제까지 해결하게 된 것이다.

 

▲도쿄 대표 일본어학교로 성장

 

2000년대에 접어들어 비자 문제까지 해결되면서 박 이사장은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의 다국적화라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기존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학생의 전부였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유학생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이사장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교사들은 전부 일본어교육 자격증 소지자나 문부과학성이 시행하는 일본어 교사 검정시험 합격자만 채용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유학생들의 소소한 생활까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베트남인, 몽골인, 미국인 직원을 채용해 아파트를 빌리는 방법이나 집을 살 때 보증까지 서주었다.

 

한 때 박 이사장은 유학생 300여 명에 대한 보증을 서기도 했다. 이는 일본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일본인이나 특별영주권 소지자가 보증을 서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또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유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도 7곳이나 만들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게 학생이나 학생의 가족들이나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박 이사장은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 지도에도 성의를 다하고 있다.

 

유학생들의 경우 일본 내 유명대 진학과 취업, 자국으로 돌아가 굴지의 기업에 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목표로 하고 있어 각각에 맞는 지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박 이사장은 일본 내 취업을 돕기 위해 일본어 비즈니스 회화와 보고서 작성 교육을 하고 있다.

 

여기에 10년 전부터는 휴먼 파워라는 회사를 만들어 인력 소개와 인력 파견 등의 업무를 하면서 유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실제 한 한국인 유학생은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을 졸업한 뒤 루이비통 일본 지사에 취업해 현재 과장까지 승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박 이사장의 노력을 통해 현재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는 도쿄 내에서 손꼽히는 일본어학교로 성장, 매년 세계 40여 개국에서 15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찾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글로벌 의식 심어준다

 

박 이사장은 매년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로 세계 각국에서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철저하게 클래스별로 국적을 배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입학 신청을 하고 있으나 중국인 학생 수를 제한하고 베트남과 한국, 몽골, 네팔 등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권과 미주권 학생들도 한 클래스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유학생들이 서로 다른 나라의 언어와 풍습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데다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서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박 이사장의 철학이 담긴 조치다.

 

박 이사장은 “큰 아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유학을 했는데 그때 만난 다양한 계층과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을 하면서 사업에 큰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며 클래스를 구성할 때도 국적배분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실제로 국적배분을 통해 아까몽까이 일본어학교 졸업생들이 서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고 자신들의 글로벌 의식은 물론 휴먼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 제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

 

“나이가 더 들면 제주도로 이주해서 살아보자”라고 부인에게 자꾸 말을 한다는 박 이사장은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호텔과 카지노 등 각종 개발 사업에만 치중되고 있는 제주 발전의 현실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했다.

 

박 이사장은 “스물일곱 살이던 1975년 외할머니가 어머니를 보고 싶다고 해서 처음으로 제주를 방문했는 데 큰 건물은 없었지만 밥을 그릇 넘치게 담아주며 더 먹으라고 재촉하는 친척들의 인정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반해버렸다”며 “이처럼 좋은 제주를 개발할 때 호텔과 카지노만 만들려고 하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개발을 해야 할 곳은 디즈니랜드와 같이 도민과 관광객이 서로 원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보전할 부분은 꼭 지켜 제주의 아름다움이 영원히 간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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