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그리고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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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를 함축적으로 대표하거나 아우르는 사자성어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 중 전국 각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정평이 나 있다. 그 해의 세태를 풍자하거나 화제가 됐던 최고의 유행어도 언론 지상을 통해 발표되곤 한다. 모두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되짚어 보기 위함이다.

 

어느덧 2015년 을미년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한데 벌써 ‘올해의 사자성어’와 ‘최고의 유행어’ 후보가 등장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각자도생(各自圖生)과 ‘아몰랑’이다. 요즘 인터넷과 SNS 등에서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용어들이다.

 

중동호흡기중후군(MERSㆍ메르스)이 발생한 이후 여태껏 회자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빚어낸 사자성어이자 유행어다. 주관적인 판단이기는 하나, 필자의 가슴에도 와 닿는다. 물론 ‘올해의 사자성어’와 ‘최고의 유행어’로 선정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각자도생은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한다’는 말이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나왔다. 한 마디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지금의 사태를 확산시켰고, 그 과정에서 정부를 불신한 국민들 사이에 이 말이 널리 퍼지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도 메르스 예방의 첫 수칙은 ‘각자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다. 정부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 살 방도를 찾아야 하는 현실이 왠지 서글프다. 사실 정부의 방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지난 한 달 여 기간은 그야말로 ‘복불복’의 나날이었다. ‘메르스 감염이 복불복에 달려 있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몰랑’은 ‘아, 나도 모르겠어’의 줄임말로,‘아, 몰라’라는 말끝에 ㅇ을 붙인 것이다.

 

주로 곤란한 처지, 변명거리나 이유, 팩트가 없을 때 사용된다. 비논리적이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모습을 꼬집을 때도 쓰인다. SNS에서 ‘아몰랑녀’로 불리는 사람으로부터 유래됐다.

 

그 탓에 일부에선 ‘짜증녀’, ‘회피녀’ 등 여성 비하적 의미로 악용하고 있기도 하다. 실은 ‘아몰랑’과 관련된 각종 패러디가 몇 달 전부터 인터넷 등지에 떠돌아 다녔다.

 

그러다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의 ‘모르쇠’ 태도와 무책임을 비판하는 상징어가 됐다. 때론 장난처럼, 때론 조롱거리로 썼던 신조어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적절하게 비유하는 유행어가 된 셈이다. 그나저나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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