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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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일상에서 명분과 실리를 놓고 갈등을 해야 하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려 할 때 명분을 따르자니 실리가 없고 실리를 취하자니 명분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물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보면 명분을 중시한 경우가 많지만 그로 인해 실리를 잃은 경우가 허다했다.

요즘 세상은 거꾸로 명분 없이 실리를 너무 추구하다 잘못되는 일이 다반사다.

명분과 실리는 실상 상반되면서도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어느 한 쪽만을 추구하다 보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조선 인조 때 발생한 병자호란 당시 선조들이 대처한 상황은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조화시킨 슬기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12만 대군을 몰고 온 청나라의 군대가 압록강을 넘어오고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졌을 때 조정에서는 주화론과 척화론이 격렬하게 대립했다.

김상헌이 대표한 척화론자들은 반청의 기치를 내세워 결사항전을 주장했고, 최명길을 주축으로 한 주화론자들은 청과의 화의를 통해 백성과 나라를 살리자고 했다.

최명길은 목숨을 걸고 쳐들어 온 적진으로 들어가 청과 대화를 하며 문제를 풀어나갔고 비록 항복을 했지만 나라와 백성을 구했다.

김상헌도 최명길이 쓴 항복문서를 찢어버리는 등 굴욕적인 항복은 막아냄으로써 나름대로의 명분을 세웠다.

결국 명분을 중시한 척화론자와 실리를 내세운 주화론자 간 적절한 타협과 견제가 병자호란의 변란을 현명하게 극복해낸 게다.

요즘 감귤대란 문제가 제주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단체 등은 저장감귤을 ㎏당 200원에 전량 수매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청하는 반면 도는 ‘㎏당 200원에 5만t 수매’나 ‘㎏당 150원에 전량 수매’ 중 양자 택일토록 제안하고 있다.

특히나 수매 감귤 처리 문제에 있어서 농민단체 등은 산지폐기를 주장하는 반면 도는 가공처리 원칙으로 맞서고 있어 마치 명분과 실리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며 세월만 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 사이 저장감귤은 창고에서 하염없이 썩어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귤농가는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감귤값 폭락을 비관한 한 농민이 그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하루가 시급하게 슬기로운 해결책이 나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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