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과 인조잔디
학교 운동장과 인조잔디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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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현직에서 은퇴한 중학교 은사가 하소연을 해왔다. 학교 운동장을 교체해야 하는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입장이 너무 완고하다는 것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혈기 왕성한 아이들과 축구부까지 감안하면 인조잔디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교육청은 천연잔디 외에는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해 은사는 한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가끔 차를 타고 해당 학교를 지나다보면 시험 때도 점심시간에 우르르 몰려 나와 공을 차고 농구에 열중한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은사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도교육청은 안전성이 검증 안 됐고 여러 부작용이 예견되는 인조잔디보다 친환경적인 천연잔디 운동장을 조성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명분과 현실의 괴리로 인한 갈등이 계속됐다.

 

이와 관련 이석문 교육감은 지난해 도의회에서 천연잔디와 마사토 운동장을 기본으로 정하되 학생들이 많은 학교와 축구·야구 등 운동부 운영학교는 학교와 학생,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일단락된 것으로 여겨졌던 학교 운동장 교체 사업은 도교육청이 지난 3월 천연잔디와 마사토로 한정하기로 방침을 변경, 해묵은 논쟁거리에서 제주 교육계의 주요 이슈로 대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교육청의 새 방침은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을 이해시키기에 논리적으로 부족했다. 최근 열린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제기됐듯이 도교육청의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성 검사 결과 데이터들은 논란만 부채질했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운동장이지만 중·고교생이 함께 사용하는 곳보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가 하면 오래된 일부 운동장에서도 검출되지 않은 유해물질이 최근 조성한 곳에서 검출되는 등 조사의 신뢰성까지 도마에 올랐다.

 

여자월드컵축구대회의 경우 모든 경기가 인조잔디 위에서 열리고 있다는 지적 등 도의회의 문제 제기에 도교육청은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마사토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교육현장 경험이 풍부한 의원들로부터 과거의 사례를 통해 훈계를 받아야 했다.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 해 결정했는데 일선 학교에서 인조잔디를 재포설해 달라는 것은 관리의 편의성을 제외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물론 당장 관리의 편의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부모가 자신들의 자녀를 위험 속에 방치하려 할 것이며,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안전에 눈을 감으려 하겠는가. 더불어 절차상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일부 학교는 학부모 수요 조사를 통해 인조잔디 재포설을 결정하고 지난 18일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지난 3월에 결정한 인조잔디 불가 방침을 이달 초에야 해당 학교에 전달하면서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운동장 정비에 한시가 바쁜 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도교육청이 인조잔디까지 포함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재논의 과정을 거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도교육청의 변화는 행정적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하고 도의회의 의견까지 수용한 것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 운동장 사업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고 이번에 결정하면 향후 7년 이상 교체가 어렵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도교육청의 설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도의회의 책임도 커졌다. 도의회는 도교육청을 향해 일방통행식 추진이라고 한목소리를 냈고,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 사실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처럼 쉬운 일이 어디 있나. 향후 도의회도 예산적인 면 등에서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할 이유다.

홍성배 편집부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