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명주할망의 신기로 깊은 바다가 표선해수욕장으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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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해수욕장과 당캐 포구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에 있는 표선해수욕장(사진 왼쪽)은 총 면적이 25만1000여 ㎡에 달한다. 썰물 때에 백사장, 밀물 때에는 원형 호수가 되는 이 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이 단연 백미로 꼽힌다. 표선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당캐 포구(오른쪽)가 있다.

표선해수욕장과 당캐포구 제주의 해수욕장들은 새하얀 모래와 깨끗한 물을 자랑하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수 많은 제주지역 해수욕장 중 표선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이 백미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에 위치한 표선해수욕장은 총면적이 25만1000여 ㎡에 이르며 길이 200m 폭은 약 800m이다. 썰물 때는 백사장으로, 밀물 때는 수심 1m 내외의 원형 호수로 바뀌어 다른 해수욕장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이 백사장 바로 옆에는 당캐 포구가 있다. 포구 가까이에 ‘세명주할망당’이라는 신당(神堂)이 있어 이 지역이 당캐 마을로 불리운다. 조선시대부터 이 포구에서 어업과 육지와의 무역이 이뤄졌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전복 채취선의 근거지가 되고 일본과 왕래하는 여객선 출입이 빈번해지면서 포구 주변으로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표선해수욕장의 탄생 현재 표선해수욕장은 밀물 때도 수심이 1m 남짓으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하기 좋은 곳이지만 옛날에는 깊은 바다였다고 한다. 아득한 옛날 표선지역은 넓은 포구(현 표선해수욕장) 때문에 주민들이 힘들게 생활했다.

 

큰 바람만 불편 높은 파도가 일어 마을을 덮치고 바람 역시 포구를 한바퀴 돌며 회오리가 일어 지역주민들이 힘든 생활을 해야 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이 포구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이 마을 어부와 해녀를 수호하고 바다의 안전을 지키는 마을 수호신인 세명주(당캐 할망)가 나섰다. 세명주는 어느 날밤 마을에 있는 모든 소와 말을 총 동원해 마을 인근에 있는 매오름 동쪽의 울창한 숲에서 아름들리 나무들을 베어오고 주변의 흙으로 포구를 매워 버렸다.

 

포구를 메우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천둥이 치는 듯 했고 마을 사람들은 밤새 잠을 설쳐야 했다. 마을 주민들이 이튿날 일어나 보니 집안의 소와 말들은 모두 등이 터져 있었고 도끼는 날이 모두 무뎌져 있었다. 밤새 나무와 나무를 베고 흙을 포구로 실어 나르다 그리된 것이었다.

 

세명주할망의 신기로 그렇게 포구는 메워지고 세월이 흘러 모래가 쌓이면서 지금의 드넓은 백사장이 됐다고 한다. 이에 마을사람들은 그 여신을 위해 마을에 당을 세우고 매월 정기적으로 제를 올렸다.

 

▲당캐 포구 세명주할망 포구 옆 해양경찰파출소 옆, 바다와 인접한 곳에 세명주할망당이 세워져 있다. 두 평 남짓한 크기에 유리창 형태의 출입구와 기와가 덮여 있는 할망당 안에는 세명주할망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지금도 어부와 해녀 및 그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 안전조업을 기원하고 있다.

 

위패 주변에는 안전을 기원하며 세명주할망에게 술과 돈, 과자등을 제물로 건네고 있다. 깊은 바다를 백사장으로 만든 세명주할망은 제주 창조신화의 주인공인 설문대할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로 비슷한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세명주는 한라산에서 솟아나는 여신으로 오백장군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많은 아들을 낳아 각 마을의 수호신으로 보내고 자신은 표선에 내려와서 주민들을 돌봤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할망에게는 7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막내아들이 죽을 쑤다가 죽솥에 빠져 죽자 여섯 아들은 한라산 영실의 오백장군이 되고 죽은 막내아들의 영혼은 우도로 보내고 할망은 표선 당캐에 좌정했다고 한다.

 

성산에서 한라산 꼭대기에 다리를 걸칠 정도로 거대했던 세명주할망은 표선 주민들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명주 100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 동이 모자라 결국 다리를 놓지 못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옛날 나주목사가 이 당을 없애려고 하자 마을 주민들 이를 만류했다. 이에 나주 목사는 할망의 영험을 보여 달라고 하자 갑자기 강풍이 불면서 바다위에 있던 배가 포구위에 얹히면서, 나주 목사는 놀라서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드넓은 백사장의 표선해수욕장과 몇 척의 배가 메어진 당캐 포구에는 표선 주민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세명주할망의 순박하고 고귀한 마음이 아직도 서려 있는 듯하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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