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생명 지하수 제1부 - ⑥ 지하수 개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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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 올린 지하수서 '짠물·악취'…충격

무분별한 개발 원인…규제도 전무
1년 새 지하수공 1300공 이상 증가
오염에 따른 이용가치 상실 문제도


지하수 개발이 본격화하기 이전 제주도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지하에 있는 물을 많이 뽑아 올려 하늘에 의존하던 물 부족 고통을 해소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하수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도민들은 서서히 물문제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게 됐다.

하지만 섬이라는 특성을 무시한 무분별한 개발로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수원 고갈, 오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도민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하수 관리와 보호방안 마련이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1988년 말 현재 행정에서 개발한 지하수는 292공이었고 호텔과 목욕탕 등지의 영업장과 개인이 개발한 사설 지하수는 1183공으로, 이미 지하수위의 하강과 도심 과밀 개발에 따른 간섭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동북부 지역처럼 도내 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에 짠 물이 유입돼 주민의 식수가 오염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짠물 침투 현상은 일부 고지대까지 확대됐는가 하면 염도도 관정 개발 당시보다 10배 이상 높아진 곳도 나오는 등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대기업의 불법적인 제주생수 장사는 제주의 젖줄인 지하수의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이 전무해 관계법령 개정과 관리체계의 일원화, 지하수 기초조사 등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지하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제주도는 1991년 11월 20일 지하수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자원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지하수관리제도가 확립될 때까지 지하수 신규 시추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시.군에 특별지시했다.

이와 함께 같은해 10~12월 지하수 개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군합동으로 지하수 관정현황을 조사했는데, 공공용 357공과 사설 1474공 등 총 1831공이 개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해 12월 말 제정 공포된 제주도개발특별법에는 지하수 굴착.이용허가 및 지하수 원수대금의 부과.징수에 관한 규정이 포함됐다.

이는 지하수를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전국에서 최초로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무분별한 개발을 근본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돼 지하수 개발을 취해 토지를 굴착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사정은 악화일로였다.

제주시는 1991년 말 관내 463공의 지하수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3공의 관정에서 뽑아올린 지하수가 심한 악취로 사용이 불가능해 폐공했다고 발표, 그러잖아도 짠물에 의한 피해에 고민하던 도민사회에 충격을 가했다.

이와 함께 오.폐수의 유입, 골프장 등지의 과다한 맹독성 농약 사용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지하수문제는 오염에 의한 이용가치의 상실로 집중돼 갔다.

제주도가 특별법 시행령 공포에 따라 이미 개발된 지하수 관정의 양성화를 위해 1992년 11월 6일부터 이듬해 1월 4일까지 실시한 신고접수는 그동안의 지하수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신청접수 마감결과 접수된 지하수공은 담수 2847공, 염지하수 322공 등으로 3169공에 달했다.

시.군별로는 제주시 681공, 서귀포시 844공, 북제주군 440공, 남제주군 1204공 등이었다.

1년 전 조사 때 1831공에서 무려 1300공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이는 그동안의 허술했던 관리상태와 함께 무분별한 개발이 병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시기 제주일보 지면에는 도내 곳곳에서 생활하수 등에 의한 오염으로 지하수 사용이 중단되는 사례와 대장균 등으로 인한 식수 사용 불가 판정 등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건설부는 1992년 11월 국회 보고를 통해 도내 지하수 가운데 염도가 높은 곳은 기준치의 10배를 초과했는가 하면 지난 20년 사이에 지하수의 수위가 최고 3m까지 낮아졌다고 밝혔다.

건설부는 빈약한 하수처리시설도 지하수의 오염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도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제주도수자원종합개발계획수립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은 1993년 11월 22일 완료됐고, 도는 이듬해 3월 용역보고서에 제시된 사항에 대한 실.국별 추진계획을 수립해 시행에 들어갔다.

용역팀은 보고서를 통해 논란이 됐던 동부지역 해수침투 문제를 비롯해 지하수위 하강, 지하수 함양률 및 적정개발량, 지하수 보전관리대책 등 도내 지하수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재정립했다.

하지만 중간보고서 제출 이후 지하수의 이용.개발측면만 강조한 데다 제시한 수치의 타당성 여부 등에 대한 집중적인 이의 제기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앞서 1993년 7월 5일 특별법 시행조례가 공포됐지만 도종합개발계획의 미확정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듬해 6월 2일 도종합개발계획이 확정.고시될 때까지 특별법에 의한 지하수 굴착 및 이용허가는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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