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와 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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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골 통한 오폐수 유입 사실
본지 확인 취재·보도…큰 반향


생명수인 지하수 지켜야 한다 사명감 인식시킨 계기

1993년 8월 한국수자원공사는 제주도수자원종합개발계획 중간보고서를 통해 도내 지하수에서 질산성질소 및 대장균.일반세균이 동시에 검출되는 등 오염도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도내 지하수 82곳에 대한 수질오염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제주시와 북제주군 애월읍.한림읍.한경면, 남제주군 대정읍.안덕면 지역의 11곳 지하수에서 질산성질소와 대장균.일반세균 등이 검출됐고, 동부지역인 구좌읍 지역 1곳에서는 염소이온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제시했다.

오염의 주된 원인은 ‘숨골’을 통한 축산폐수의 방류, 퇴비 사용 및 생활하수의 누출로 나타났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도내 지하수에 치명적인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94년 초 제주시 아라동 지역을 비롯해 제주시내의 오.폐수 상당량이 숨골을 통해 그대로 땅속으로 흘러들고 있는 현장이 본지 취재진에 의해 발견됐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함양시켜 주던 통로인 숨골이 중산간 일대의 축산폐수는 물론 골프장과 농경지의 농약, 각종 시설물의 오.폐수, 주거지역의 생활하수까지 바로 땅속으로 스며드는 오염통로로 변질돼버린 것이었다.

취재 결과 제주시뿐 아니라 서귀포시, 대정읍 등 도내 곳곳에서 이 같은 문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가 곧이어 실태조사에 착수한 결과 제주시내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 등 오.폐수가 하루 최소 3000t 이상씩 하천.주택지 부근에 있는 30여 곳의 대형 숨골을 통해 지하로 유입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시의회 환경특위는 제주시의 자료를 토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733곳의 숨골 가운데 자연침투방식으로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곳이 720곳, 축산폐수는 13곳에 달했다고 발표하는 등 숨골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됐다.

행정에서 숨골조사반을 구성해 실태 파악에 나선 결과 도내 일원에서 조사된 숨골은 1161곳에 이르렀다.

숨골을 통한 지하수 오염은 하수도시설이 미흡한 데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하수도행정의 시급한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보도 이후 도민사회에서는 숨골에 의한 지하수 오염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제주도환경보전자문위원회에서는 도시개발사업과 산업입지 개발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때 중점평가사항에 숨골현황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도는 숨골 정비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 하수관로시설 확장공사에 착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그러나 하수관로가 갖춰진다 해도 이를 정화시킬 하수종말처리장이 확장.신설될 때까지는 오.폐수를 바다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남겨두고 있었다.

결국 숨골에 의해 막대한 양의 오.폐수가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도민과 행정당국이 힘을 모아 생명수인 지하수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새롭게 인식시켜 준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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