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거꾸로는 '살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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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다 주룩주룩 비가 잦다. 이 즈음, 불청객이 있다. 이른바 ‘장마철 우울감’이다. 기분이 처지고 불면증, 식욕저하 등이 동반된다고 한다. 이유는 일조량 때문이다. 햇빛이 줄어들면 행복 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이라는 성분도 줄어들어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마철 우울감은 멜라토닌 분비량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낮 시간에 등을 켜 어두운 환경을 바꾸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날씨 탓만은 아닐 거다. 요즘 들어 마음이 더욱 심란한 건 안팎에서 전해지는 뜻밖의 소식들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 연수 중 버스 추락사고로 중견 공무원 10명이 숨졌다. 그 날벼락 사고로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조영필 서기관이 세상을 떠났다. 도내 공직사회가 누구보다 일에 열정이 많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의 별세를 안타까워하며 슬픔에 잠겼다.

 

충격적인 일은 또 있다. 사고 수습에 나섰던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의 투신 자살 소식이다. 연수를 주관한 장(長)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현지에서 받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일 걸로 추정한다.

 

▲최 원장의 자살에서 문득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 선생님이 오버랩된다. 그 선생님은 수학여행단의 인솔 책임자였다. 생떼 같은 제자들을 배에 갇혀 두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끝내 그가 그 상심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기슭에 올라 목을 맨 걸까. 죽으면 이 한 몸뚱이 화장해 여객선이 침몰한 바다에 뿌려 달라고 유서에 쓴 그다.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 덧붙이면서.

 

▲사람이 죽을 결심을 하는 데는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성적인 판단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경우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자살은 어리석은 행위다. 하지만 단호하게 그렇게 말할 자신은 누구라도 없을 것이다. 자살을 선택해야 할 정도의 극심한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자가 세 치 혓바닥으로 과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서 꿈이라도 꾸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누구든 죽을 수 있는 힘과 의지, 용기를 가지고 세상과 맞딱뜨리면 살아갈 구멍은 생기지 않겠나.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했고….

오택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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