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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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도 진화하는 법인가. 맛있게 먹어야 할 음식을 갖고 욕에 써먹으니 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모자란 짓을 하거나 태연히 황당한 짓을 할 때, 사과를 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화를 낼 때 사람들은 그 친구를 향해 ‘웃기는 짬뽕’이라고 욕한다. 이것 예전에는 없던 욕이다.

 

‘5층에 있는 직업소개소에서/ 신상명세서를 적고 나오는데/ 문 앞 복도에/ 누가 먹고 내놓은/ 짬뽕그릇 보인다// 바닥이 보일 듯 말 듯 남은 국물/ 1층까지 죽기 살기로 따라 내려오는/ 참을 수 없는 냄새/ 그 짬뽕.’ 시인 신미균은 ‘웃기는 짬뽕’이라는 제목의 시까지 썼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짬뽕 생각에 입맛을 다시는 사람 많을 것이다. 술 많이 마신 다음 날이면 짬뽕으로 해장하는 사람도 많다. 짬뽕 종류도 다양하다. 해물짬뽕, 오징어짬뽕, 고추짬뽕, 대게짬뽕 등등.

 

▲사람들은 ‘웃기는 짬뽕’이라며 짬뽕을 하대하지만 짬뽕은 사랑이 깃들어 있는 음식이다. 중국에서 일본 나가사키에 이민 온 진헤이준이라는 사람이 1899년에 식당을 차렸다. 그가 지역의 가난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식당에서 쓰다 남은 야채와 고기, 어패류 등을 볶은 후 면과 함께 끓여 만든 것이 짬뽕이다.

 

진헤이준의 증손자가 그 자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2층에는 짬뽕 박물관도 있다고 하니 짬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가볼 만하다. 그러고 보면 ‘웃기는 짬뽕’이 아니라 ‘사랑이 담겨 있는 짬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맛있는 짬뽕에도 단점은 있다. 나트륨이 많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나트륨이 많이 든 외식 메뉴에 짬뽕이 불명예스럽게 1위에 올랐다. 1인분 기준 나트륨 함량이 4000mg으로 나타났다. 2위는 중식 우동이 3396mg, 3위는 간장게장으로 3221gm으로 조사됐다.

 

짬뽕의 4000mg은 세계보건기구가 권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 2000mg의 두 배에 달한다. 나트륨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고혈압 같은 질환에 걸리기 쉽다. 특히 청소년들도 짬뽕을 좋아해 고나트륨에 익숙해 질 우려가 높다. 때문에 점차 짬뽕에 넣는 나트륨의 양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짬뽕이 ‘헬스 푸드’, ‘힐링 푸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웃기는 짬뽕’이라는 말도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박상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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