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홍콩 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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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몇 달 전인 1918년 초여름,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이 발생했다. 언제, 어디서 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증상이 감기와 비슷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미군들이 속속 귀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독감이 급속히 퍼지면서 미국에서만 50만명이 사망한 것이다. 1919년 봄엔 영국에서 15만명이 죽었다. 한국에서도 무려 740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숨졌다. 당시 국내에선 ‘무오년 독감(戊午年 毒感)’이라고 했다.

 

1918년부터 2년여간 전 세계에 걸쳐 최소 2500만명에서 최대 50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른바 ‘스페인 독감’ 얘기다.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900만명)보다 훨씬 많아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린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코, 목, 폐를 침범하며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그 고통이 감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고 한다. 전염력이 강해 손 쓸 틈도 없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흔하다.

 

최근 100년간 가장 골치 아픈 전염병 중 하나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 B형, C형 등 3가지 형태가 있다. 그중 A형이 대유행을 일으킨다. A형은 H(적혈구응집소)와 N(뉴라민분해효소) 유형으로 다시 세분화된다. H와 N의 종류는 각각 16개와 9개다.

 

따라서 두 단백질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적어도 144가지 유형이 생길 수 있다. 각자의 조합이 약간씩 변형되면 사실상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형이 나타난다. 그야말로 ‘변신의 귀재’가 따로 없는 셈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서 한숨을 돌리는 가 싶더니, 이번엔 ‘홍콩 독감 경계령’이 내려졌다. 우리와 왕래가 잦은 홍콩에 요즘 ‘홍콩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벌써 560여 명이 숨졌다고 한다.

 

홍콩 독감은 H3N2 형으로, 1968~1969년에 창궐해 전 세계에서 100만명이 죽은 바 있다. 사망자 규모에 혀를 내두른다. 공기를 통해 감염돼 전파력이 메르스의 1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데 예방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아 현재는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 보건 당국이 바짝 긴장하며 ‘유입 차단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이를 어쩐다. 지금으로선 각자도생(各自圖生) 말고는 뾰족한 예방책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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