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와 고압 송전탑이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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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인간이 살아가는 대기 중에 질소보다 산소 기체가 더 많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지금의 연소문화는 완전히 변해야 될 것이다. 현재처럼 담뱃불을 이용하거나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불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모든 물질은 잿더미로 산화될 것이다.

 

이처럼 산업현장과 일상생활에서 초전도체(superconductor)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지구상에서는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초전도체는 자기 부상 열차, 초고속 컴퓨터, 에너지 손실이 없는 전류를 공급하는 전력선,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화학·물리·재료과학 등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이 초전도체는 ‘초전도 전이온도(Tc)’라고 칭하는 특정온도에서 모든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이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전혀 없으며 100% 전력 효율을 가지는 물질이다.

 

강력한 초전도 자석은 의료 진단에 이용하는 자기 공명 영상(MRI) 기기의 필수품이다. 또한 초전도체는 고속 입자 가속기에서 전하입자의 통로를 휘게 만드는 자석 제조에도 이용된다.

 

그러나 이의 응용에는 극저온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통상적인 초전도체는 값비싼 액체 헬륨(끓는점; 4.2K)으로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된다. 최근 합성된 고온 초전도체의 Tc값이 우유보다 싸고 풍부한 액체 질소 냉매의 끓는점(-196℃, 77K) 이상이기 때문에 현실적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액체 질소의 끓는점보다 훨씬 더 높은 Tc값을 갖는 물질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실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합성되면 세계 지형의 지도가 바뀔 정도로 삶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최근에 개발한 것으로 구리 산화물에 몇 가지 원소를 첨가한 큐프레이트(cuprate)라고 불리는 물질은 150 K(-123 ℃) 정도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나타낸다.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고온 초전도체가 합성되면 전봇대, 고압 송전탑, 전력케이블 등이 사라지고 삶의 문화가 변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송하기 위한 필수적인 설비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고압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수많은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전봇대와 고압 송전탑 등은 미관상 좋지 않으며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세계적 관광지인 제주도에 이들이 사라지면 자연환경이 더 아름다워지고 건강지표도 더 높아질 것이다.

 

또한 전력 요구량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하에 전력 케이블을 계속 매설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도심의 지하 공간은 포화상태이다. 도심에서는 지상과 지하는 거미줄처럼 빈틈이 없다. 그래서 인간의 삶과 마음에도 여유가 없다.

 

이와 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초전도 케이블(superconducting power cable)이 주목받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은 구리의 자리에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가 들어선 것이다.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하면 에너지 손실이 없어져 전기 생산 비용이 절감된다. 또한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낼 때 초고압으로 변환시킬 필요가 없어 변전소와 변압기 설치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꿈의 신소재라 할 수 있는 고온 초전도체의 상용화도 그리 멀지 않아 삶의 현장에 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과학자들은 초전도 케이블의 지속적인 개발과 설치·시험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지구라는 한 벌의 옷을 누더기로 만들었던 지상의 꼴불견인 것들을 말끔하게 치우고, 지하의 끔찍한 것들을 시원스럽게 제거할 수 있는 고온 초전도체가 상용화 될 때 인간의 육체와 마음은 더 건강하고 평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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