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실망하셨죠?
저한테 실망하셨죠?
  • 제주신보
  • 승인 2015.0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말 저녁, 방이 엉망으로 어지럽혀져 있는데 그냥 놀고 있는 아들에게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한마디 던졌다. “이거 정리라도 좀 해야지.”

 

기말고사 끝나고 성적이 엄청 떨어진 중 3 아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엄마, 저한테 실망하셨죠?”였다.
순간 깜짝 놀란 어머니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쟤가 왜 이런 말을 하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 말인데….’

 

아마도 아들은 지난 며칠 동안 치러진 시험에서 점수가 좋지 못했던 것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나 보다. 그래서 지금 엄마가 한 말도 다 시험 결과와 연관지어 ‘엄마가 자기한테 많이 실망해서 잔소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상황이 달라져 버려 구태여 다음 말은 하지 못하고 저녁이 지나버렸다. 밤새 어머니는 마음이 아팠다.

 

다음 날, 마침 일요일이어서 아들이 거실에 나와 있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다가갔다.

 

“우리 아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구나. 그런데 엄마는 시험 못 봤다고 실망하지 않아. 우리 아들 사랑하는 것은 시험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힘 내! 우리 장남!”하고 아들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표정이 밝아지면서 마음을 여는 게 느껴진다. 중 3이라 연합고사 때문에 많이 부담스러울 아들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자 아들도 이제부터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자칫, 어머니의 무심한 한 마디와 자녀의 자격지심의 한 마디가 만나 불꽃 튀는 신경전이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사려 깊은 어머니의 행동이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힘이 되는 역할을 해 주었다. 일요일 아침의 여유와 포근함이 느껴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생각해서 자녀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었다며 뿌듯해 하시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휴직 중에 시내 도서관 프로그램인 ‘독서와 감정 코칭’ 교실에 참가했던 어머니의 이야기다. 그 분은 인문학모임을 하고 있는 것 외에도 자녀를 위한 ‘자기 주도 학습’을 열심히 공부하시며 언제나 주도적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있다.

 

어머니가 달라진다는 것은 한 아이의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이고, 한 가정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임을 이 어머니를 통해 다시 확인해 본다. 우리가 마음속에 담고 싶은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