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카메라 1대로 시작, 한류스타 콘서트 생중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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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명 ㈜ILLUSION 대표,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계약 일방 해지 등 고난
원전 사고 등 난관 헤쳐 연매출 5억엔 업체로 성장
"제주를 디즈니랜드처럼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야"
   
고철명 ㈜ILLUSION 대표(사진 아래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일본 도쿄 분쿄쿠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에서 꿈을 키우다

 

고철명 ㈜ILLUSION 대표(61)는 195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고 대표가 태어날 당시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출신이자 재일교포 2세인 아버지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출신이자 재일교포 1세인 어머니는 도쿄에서 비닐제조 공장을 운영했지만 항상 어려움에 봉착했었다.

 

거래하고 있는 회사가 자꾸 부도가 나거나 어음으로 판매 대금을 받다 보니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실제 경영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었다.

 

이에 고 대표의 부모는 한국식 불고기집(야끼니꾸)으로 사업을 변경했고, 고 대표는 학창시절 내내 식당일을 도와야 했다.

 

고 대표는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을 홍보하기 위해 당시 울트라맨이라는 일본 만화영화에 나오는 공룡 인형을 사서 길거리에서 손님들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인형을 이용한 홍보가 효과를 보게 되면서 고 대표는 어린 나이었지만 홍보라는 영역에 눈을 뜨게 됐다.

 

고 대표는 “어린 나이였지만 공룡 인형을 써서 식당 홍보를 하니 손님들이 더 찾아온다는 것을 느꼈고, 이 같은 광고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으로 영상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순간의 생각이 결국 나를 영상 홍보 분야에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고철명 ㈜ILLUSION 대표와 딸 고정미씨가 일본 도쿄 분쿄쿠에 위치한 ILLUSION 빌딩 앞에서 환화게 웃고 있다.

▲불모지를 향한 도전과 실패

 

부모의 불고기집 홍보를 통해 광고와 홍보 분야를 알게 된 고 대표는 스물네 살이던 1978년 영상 홍보 사업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불고깃집을 통해 번 돈에다 은행 대출금까지 더해 모두 500만엔으로 편집 기계와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었다.

 

고 대표는 이렇게 어렵게 마련한 장비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영상 홍보를 해주겠다며 거래처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광고 영상을 제작해서 홍보하는 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더구나 영상 홍보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고 대표는 방송국 등 관련 분야에서 인사들과의 인맥관계가 전혀 없다 보니 일거리를 찾기 힘들었다.

 

특히 재일교포를 차별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고 대표가 일거리를 찾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실제 고 대표는 일본 굴지의 한 방송국과 해외 취재 계약을 체결했지만 재일교포라는 것이 확인되자 비자 문제를 핑계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거래처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신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데 영주권이 없는 재일 한국인에게 해외 촬영을 맡기려 하지 않았다는 게 고 대표는 설명이다.

 

결국 고 대표는 이 같은 어려움들 때문에 창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부도를 맞게 됐다.

 

고 대표는 “당시 영상 홍보 분야는 특정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고, 더구나 재일교포를 차별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지금보다 심각했다. 그래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일거리를 찾는 게 힘들었다”고 씁쓸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재도전과 성공

 

이처럼 첫 사업 도전에 실패한 고 대표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면서 영상 홍보 사업 분야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사업을 했지만 고 대표는 같이 동고동락했던 카메라맨과 디렉터들의 도움을 통해 소소한 일거리를 찾을 수 있었고, 여기에 영상 홍보 사업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고 대표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 대표는 틈틈이 영상 홍보 분야에 대한 기술력 향상을 위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방송국 등 영상 홍보 산업 현장을 찾아가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직접 다양한 신기술들을 배워나간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상 홍보 사업에 대한 도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은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좌우명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이 같은 고 대표의 끊임없는 노력은 도쿄지역 영상 홍보 업계에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에 힘을 얻은 고 대표는 1986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영상 홍보 업체인 ㈜ILLUSION이 설립하게 됐다.

 

이후 고 대표는 각종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 등 대규모 행사의 생중계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 고 대표는 4년 전 도쿄돔에서 열린 한류스타 배용준 팬 미팅과 2년 전에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류스타 장근석 콘서트 등을 일본 전역에 생중계하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전국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고 대표는 “한류스타 배용준의 팬 미팅과 장근석의 콘서트에는 수만명에 이르는 일본인 팬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고, 일본 내 굴지의 방송국에서도 우리가 제작한 영상을 받아서 생중계방송을 했다”며 “이 같은 대형 행사의 촬영과 생중계방송의 연계 촬영 등을 맡으면서 회사의 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함께 역경을 극복하다

 

고 대표는 2008년 미국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이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에는 일거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물론 납품가격도 떨어지면서 일을 해도 적자를 봐야 했다.

 

당시 일본 내에서 소비가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영상 홍보 사업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

 

특히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에는 아예 일거리가 없어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대기만 해야 했다.

 

원전사고 직후에는 엄청난 피해 복구와 함께 에너지 절약 등 일본 내 경기가 완전히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고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에도 고 대표는 사람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금 삭감이나 인력구조 조정을 하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어려움을 같이 했다.

 

이 같은 고 대표의 철학은 직원들과의 단결력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애사심을 발휘하게 됐다.

 

결국 고 대표는 직원들과 합심한 결과 두 번의 큰 난관을 극복하게 됐고, 현재는 중계차 5대와 직원 68명, 연매출 5억여 엔의 튼실한 기업을 일구게 됐다.

 

고 대표는 “항상 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는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며 “직원들을 위해 1년에 1회씩 해외연수와 함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연수 기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카메라 경영대회를 하면서 여행을 겸해 실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을 말하다

 

고 대표는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자신 소유의 집이 있고, 대정읍 모슬포 등지에 친척들이 살고 있다 보니 제주를 자주 찾는다.

 

그런데 고 대표는 최근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최고의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가 누구든지 찾아오면 즐거운 곳이 되길 바란다.

 

고 대표는 “제주시지역 한 호텔에 가보니 중국인이 객실과 카지노 등을 점령해 있었고, 그렇다 보니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중국인뿐 아니라 일본인과 미국인, 유럽인, 동남아시아인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제주를 찾아오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 대표는 “세계적인 디즈니랜드와 같이 누구든지 찾아오면 즐거운 공간을 만들고, 더불어 지켜야 할 자연경관을 보전하는 것이 앞으로 제주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시키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고경호 기자 uni@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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