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용암동굴 위 선조들 발자취 따라 걷는 길
(27) 용암동굴 위 선조들 발자취 따라 걷는 길
  • 강권종 기자
  • 승인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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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월정 지질트레일…제주 문화유산도 가득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여긴 선조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제주시 김녕리 김녕어울림센터를 출발해 도대불과 김녕본향당, 입산봉, 월정카페거리 등을 거쳐 다시 어울림센터로 돌아오는 14.6㎞ 길이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도대불 인근 조간대 모습.

화산 활동으로 분출한 뜨거운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용암동굴 위를 걷는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화산섬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커다란 바위를 깨 경작지를 일구고, 거친 바다를 밭 삼아 삶의 터전으로 여겼던 제주 선조들의 발자취도 느낄 수 있다.

 

14.6㎞ 길이의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김녕어울림센터에서 출발해 도대불, 김녕본향당, 궤네기당, 입산봉, 조른빌레길, 진빌레정, 당처물동굴, 월정 카페거리 등을 거쳐 다시 어울림센터로 돌아오는 순환코스로 조성됐다.

 

김녕어울림센터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서면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바다로 나간 배들의 밤길을 안전하게 유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했던 전통 등대 ‘도대불’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대불 옆으로는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드넓은 조간대를 조망할 수 있다.

 

도대불에서 36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청굴물에서는 지하로 스며들었던 물이 다시 솟아나는 용천수가 쉼 없이 흘러나온다.

 

한여름에도 5분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차가운 용천수를 뿜어내는 청굴물은 무더위 속 농사일에 지친 주민들의 쉼터였으며, 마을 사람들이 모여 집안의 경조사를 알리고 농사정보를 교환하던 소통의 장소였다.

 

바다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샘물과 해안을 연결하는 돌다리는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닷물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청굴물에서 마을 안쪽으로 250m가량 들어가면 청굴물과 이어져 있는 또 다른 용천수 게웃샘물이 솟아난다.

 

‘게웃샘굴’이라는 용암동굴 속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게웃샘물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지는 자연의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마을의 식수로 이용됐으며 주민들은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물’이라고 부르며 소중히 했다.

 

게웃샘물을 지나면 평평하고 매끈하게 굳어진 용암이 평지처럼 넓게 펼쳐진 건강빌레정원 탐방객을 맞이한다. ‘빌레’는 파호이호이용암이 널따란 바위로 굳은 지형을 뜻하는 제주어다.

 

이 단단한 빌레를 손으로 깨 밭을 일군 조른빌레길은 농부들의 의지와 땀이 빚어낸 작품으로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의 본향당과 궤네기당, 성세기당 등 신당에서는 제주의 무속신앙을 엿볼 수 있다.

 

김녕 마을의 수호신 ‘큰도안전 큰도부인’이 좌정해 있는 본향당은 커다란 팽나무 밑으로 돌담 울타리가 정방형으로 둘러져 있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제주의 또 다른 문화유산이 돌담이다.

 

얼기설기 쌓여 구불구불 이어진 밭담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제주 특유의 경관을 완성해낸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잘 무너지지 않는 돌담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이 담겨있다.

 

밭담길과 산담길을 지나 다시 해안길로 들어서면 용암이 장애물을 만나 굳어있는 표면을 밀어올리면서 만들어낸 용암언덕 ‘투물러스’를 볼 수 있다. 조각별로 부푼 모습이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케 한다.

 

투물러스를 지나면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환해장성이 아직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환해장성 인근 덩개해안에서는 바다에 잠겨 있다가 1년에 딱 한번 모습을 드러낸다는 두럭산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