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성숙 단계와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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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최근 건강과 관련하여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호르몬의 구조와 작용을 아는 것은 우리 육체와 정신을 움직이는 법칙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을 유효하게 활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호르몬은 정신과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전신(全身)에 정보를 전달하고 자극하는 화학물질이다. 환언하면 이것은 생체반응을 조절하는 화학적 전달자(chemical messenger) 역할을 한다.

 

화학적으로 호르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화합물은 주로 단백질 또는 스테로이드이다. 호르몬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흉선, 갑상선, 췌장, 부신, 생식선과 같은 특정의 내분비선에서 합성돼 혈액으로 방출된다.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조화를 이루며 연주되듯이 개개의 호르몬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조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활동한다.

 

최근 뇌에 관한 연구가 일취월장하면서 뇌에 존재하는 많은 신경 전달물질이 발견됐다. 이들은 뇌신경 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뇌 내 물질의 규명 덕분에 ‘인간의 감정’이라는 영역을 분자 차원에서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뇌 내 호르몬 등에 의해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이 표출된다. 이런 각도에서 호르몬과 사랑의 성숙단계에 관해 살펴보는 것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할 것이다.

 

헬렌 피셔 교수는 사랑은 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의하면 사랑의 진행 과정은 3단계로 분류됐으며, 개개의 단계에서 관여하는 호르몬은 다르다. 이런 논의는 로버트 스텐베르그 심리학의 사랑에 대한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어떤 사람에게 매혹돼 심신이 저절로 상대에게 향하는 구애(갈망)단계, 낭만적 사랑에 빠져드는 열정(끌림)단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으로 오랜 사랑을 유지해 가는 애착단계가 그것이다.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구애단계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작용한다. 남성을 남성답게, 여성을 여성답게 보이도록 해주는 이 호르몬은 남녀의 성적매력을 한껏 도드라지게 해준다. 이 단계에서 심장을 뛰게 하는 아드레날린,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등도 작용한다.

 

열정단계에서는 도파민이 관여한다. 이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 등도 한 몫 한다. 이때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잔소리를 들어도 짜증이 나지 않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얼굴이 붉게 물들며 저절로 웃음이 흐른다.

 

마지막으로 애착단계에서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작용한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상대에 대한 매력을 뛰어넘어 함께하는 만족감과 강한 일체감을 느낀다.

 

애착 유발 화합물, 옥시토신은 ‘포옹 화합물’이라는 별명을 지니며 연인들 사이의 애착심을 증가시킨다. 또 여성에게는 출산 시 자궁 수축과 모유 수유를 도와주며 모성애를 발현하도록 한다.

 

두 번째 애착 유발 화합물, 바소프레신은 ‘일부일처제 화합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들쥐는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동물로 수컷 들쥐는 짝짓기 후에는 자기 짝 보호를 위해 다른 수컷들에게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며, 자기 짝에 대한 지속적인 애착을 유지한다. 짝짓기 후에는 바소프레신이 뇌에서 평소보다 많이 존재한다.

 

이 소울 메이팅 단계에서는 낭만적인 사랑과 더불어 더 깊은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완전한 사랑’에 이르게 된다. 열정단계를 넘고 애착단계로 진입한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구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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