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난 감귤 농심 치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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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경제부장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5월 내놓은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계획’에 이어 조만간 발표할 세부 실행 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감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선(先) 농가의 자구 노력, 후(後) 행정의 지원’ 원칙을 천명했다. 한 때 몇 그루에서 거둬들인 수입만으로도 등록금을 낼 수 있던 ‘대학나무’에서 이젠 해마다 생산 물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을 안겨주는 신세가 됐으니 당연한 소리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구조 혁신 방침’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현실적인 정답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비상품 규격의 감귤은 농가 스스로 폐기해야 하고, 상품 규격 내 중결점과 등 비상품만 가공용으로 수매하되 올해 가공업체 부담(㎏당 110원) 외에 제주도가 추가로 보전하던 50원을 폐지한다는 방침에 농가의 반발은 컸다. 감귤 농가만 ‘정치 작물’의 특혜를 받아온 것처럼 매도하고, 책임은 농가에만 있는 것처럼 인식한 도정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문제는 민선 5기 4년간 노지감귤 조수입이 해마다 증가하다가 민선 6기 첫해인 지난해 하락세로 반전됐는데 당시 감귤 정책을 놓고 혼선을 보였던 행정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구나 제주도는 ‘구조 혁신 방침’ 발표 이후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사전 소수만 참가한 몇 차례의 회의만으로 ‘끝장 토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농업인 단체들이 반발 성명을 잇따라 발표한 데 이어 20개 지역 및 품목 농협 조합장들이 농가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시행을 완곡한 표현으로 요구했고, 도의회는 지난 28일 제2회 추경예산안을 수정해 통과시키면서 가공용 감귤 수매가격 차액 보전(40억1600만원)을 증액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제 당면한 과제는 제주도가 ‘구조 혁신 방침’을 발표한 지 2개월 보름 동안 도내 각계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어떻게 정리해 내놓을 것인가이다.

원희룡 지사가 언급한 대로 구조 혁신의 핵심인 소득 향상, 계통 출하에 대한 최저 가격 보장을 농가 피부에 와 닿도록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적정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배면적을 줄여야 하는데 적절한 대체 작목을 행정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존 밭작물 재배가 확산, ‘풍선 효과’에 따른 타 작목의 과잉생산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50% 수준에 불과한 농협 계통 출하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확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농가, 확정되지 않은 가격 부담을 안고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 약정 가격 보장과 출하 예약제 도입, 공동수확단 운영 및 운송 지원, 농산물 간이집하장 지원, 산지유통센터 추가 확충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들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제주 감귤 세계 명품화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제주도정의 역량도 요구되고 있다.

가공용 감귤 수매 등 각론에 대해서도 해법 찾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공용 감귤을 ‘천덕꾸러기’로만 볼 게 아니라 ‘삼다수’에 이어 매력 있는 감귤 음료로 시장에 내놓는 데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때이다. 도내 제조업체 가운데는 감귤 농축액으로 발효한 음료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는 곳도 있고, 감귤초콜릿 원료로 더 많이 확보하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하는 곳도 있다.

감귤을 자식보다 귀히 여겼던 농심을 헤아려 농민들의 기(氣)를 살려줄 묘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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