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바람의 언덕에 화산 기록을 새겨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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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봉 지질트레일...국내서 지질관광 첫 등장
   

제주의 서쪽 끝,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의 해넘이 광경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노을이 아름다운 수월봉은 바람의 언덕에 화산의 기록을 새겨놓은 또 하나의 경이로움을 품고 있다.

2011년 제주관광공사가 수월봉 화산지대에 지질트레일을 개설, 국내에 ‘지질관광(Geo Tourism)’이 처음 등장하게 됐다.

이곳에는 엉알길 코스(4.6㎞), 당산봉 코스(3.2㎞), 차귀도 코스(1.8㎞) 등 3개 코스가 있다.

제주어로 높은 절벽 아래 바닷가라는 뜻인 ‘엉앙’길 코스는 해풍으로 오징어를 말리는 자구내 포구에서 시작한다.

남쪽으로 가다보면 병을 앓던 어머니를 위해 약초를 캐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수월이와 녹고 남매의 전설이 깃든 ‘녹고의 눈물’이 나온다.

실제 녹고의 눈물은 화산재 절벽을 흘러내려가던 빗물이 진흙층을 통과하지 못해 지층 옆으로 새어나오는 것이다.

이 절벽의 맞은편은 기원전 1만년 전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인 고산리 선사유적지가 있다.

제주 사람들의 기원을 밝혀줄 열쇠를 쥔 장소다. 수월봉 일대를 뒤덮은 화산재는 딱딱한 용암지대에 비해 작물이 자라기 좋은 기름진 토양을 제공해 신석기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됐다.

해안 절벽을 따라 가다보면 일본군 진지동굴이 나온다. 미군의 상륙을 막기 위해 뱃머리에 250㎏ 폭약을 장착한 자살 특공용 보트를 숨겨 놓은 곳이다.

드디어 수월봉이 눈앞에 다가왔다. 1만8000년 전 수월봉 앞 바다 속 화구에서는 1000도가 넘는 마그마가 상승하다가 바닷물을 만났다.

뜨거운 마그마는 급히 식고 물은 끓게 되는데, 이 반응은 매우 격렬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처럼 수성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게 수월봉이다.

수월봉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이고, 해수면 상승으로 오름(화산체) 대부분이 사라졌고, 지금은 초승달 모양의 해안 절벽만이 병풍을 두르듯 남았다. 그래서 수월봉은 높이 77m의 작은 언덕 형태를 띠고 있다.

절벽 끝을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화산재가 쏟아질 듯했다.

수월봉은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가 가스 및 수증기와 뒤섞여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빠르게 지표면을 흘러가는 현상인 화쇄난류(火碎亂流)의 흔적을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또 화산재 지층 속에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쌓이며 남겨진 판상의 층리가 뚜렷해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화산 폭발로 하늘로 튕겨져 나온 화산탄(화산암괴)이 해안 절벽 곳곳에 박히면서 전 세계 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지질트레일의 또 다른 코스인 당산봉은 수월봉과 마찬가지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마그마의 폭발적 반응에 의해 형성됐다.

3.2㎞에 이르는 코스에서는 거북바위를 비롯해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 버린 해안 절벽을 볼 수 있다.

수월봉 앞 무인도인 차귀도(천연기념물 제422호)는 1973년까지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지질트레일 코스에 포함되면서 1.8km의 탐방로가 조성됐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융복합사업처장 “수월봉 지질트레일은 특이하게 형성된 화산 지질의 진목면을 알 수 있으며, 역사·전설·자연이 어우러지면서 보존과 활용이 조화된 새로운 걷기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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