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그리고 휴(休)'
'바캉스, 그리고 휴(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여름 휴가의 프랑스어인 ‘바캉스(Vacance)’는 원래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을 탄생시킨 프랑스인은 바캉스가 삶의 핵심이다. 보통 한 달씩 여름 휴가를 떠난다.

그 기간에 도시 전체는 텅 빈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한다. 식당과 약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호텔까지도 문을 닫는 경우가 있다. 오죽했으면 휴가 시즌에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는 건 강아지와 외국인 뿐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겠나.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하는 일은 내년 휴가 계획을 다시 짜는 것이다. 한 달 휴가를 위해 11개월을 일한다는 그들의 휴가에 대한 열정이 실로 대단하다.

▲한자 쉴 ‘휴(休)’자는 사람이 나무에 기댄 형상이여서 흥미롭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산림욕 정도라고나 할까. 산중에 들어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사색하는 것, 그것을 한자 원류인 중국 조상들은 휴식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바캉스와 휴(休)’는 말은 다르지만 그 개념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에는 차이가 없다. 휴가란 일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번잡한 잡념을 떨쳐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오는 기회다. 경쟁사회에서 온갖 스트레스로 골치 아픈 현대인들의 각박한 일상에서 볼 때 그 어원들이 뜻하는 바가 적확하다는 생각이다.

▲한여름 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맘때면 직장인 누구나 일터를 떠나 휴식을 즐길 휴가를 꿈꾼다. 이미 휴가를 다녀온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휴가는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다. 길어봐야 1주일 주어진 기간인데, 너나 없이 같은 시기에 몰리다보니 심신이 오히려 고달픈 것이다. 마음을 비우기는커녕 마음의 찌꺼기를 채워 오는 일이 다반사다. 여기에 피서지에서 나타나는 바가지 요금이라도 한 번 경험하게 되면 즐거워야 할 여름 휴가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남기 일쑤다.

▲그럼에도 2015년 여름 휴가는 각별하게 다가온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여파로 관광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때를 같이해 전국적으로 의미 있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건이 된다면 국내 휴가를 통해 한푼이라도 써주자는 고마운 움직임이다.

휴가 유행어에 ‘방콕’이 있다. 두 가지 의미다. 실제로 태국의 수도 방콕 여행을 다녔왔거나, 아니면 갈 곳이 없어서 방에 콕 쳐 박혀 있었거나. 올 여름 휴가는 그 어느 것도 아닌 국내 휴가를 떠나는 게 어떨까. ‘메르스 불황’ 타개에 일조하는 마음으로. 즐거운 비움의 기회가 되기를.

오택진. 논설실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