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연계 공공의 적 관크...딴 사람 관람에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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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데려와 소음 유발, 자리서 일어나 뒷사람 시야 가려..."타인에 대한 배려 절실"

최근 7080 남성가수의 콘서트 현장을 찾은 김모씨(47) 부부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가수가 열창하는 도중 앞좌석의 중년 여성들이 일어나 부부의 시야를 가린 것이다. 여성들은 흥에 겨워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느라 뒤에 있는 관객은 공연을 보든 못 모든 개의치 않았다.

 

도내 공연장에서 좀처럼 ‘관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관크는 공연계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이다.

 

9일 제주지역 공연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종 공연이 열릴 때마다 관크들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등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꼴불견 관람 문화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연 때마다 전체 관객 중 평균 5~10%는 관크의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관크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영·유아를 공연장에 데려오는 부모 관객들로 전체 관크의 80~9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압도적이다. 클래식은 초등학생 이상만 관람할 수 있는 등 공연별 연령 제한이 있는데도 이들 관크는 막무가내로 어린 자녀를 데리고 공연장에 입장한다.

 

아이들은 공연을 보다 지루해지면 십중팔구 시끄럽게 굴거나 울음을 터트리면서 불청객으로 돌변한다.

 

제주도문예회관과 제주아트센터,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 서귀포 예술의전당 등 도내 대표 공연장에는 모두 어린이 놀이방이나 유아방, 보육실 등이 설치돼 있지만 부모 관객들의 성숙하지 못한 공연 관람문화로 인해 관크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객석에서 일어서는 등의 행위로 뒷줄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경우로 대중가수들의 콘서트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들 관크는 열정적인 호응을 보내려고 일어나거나 (스마트폰)카메라로 가수를 찍느라 손을 들어 올려 뒷좌석에 앉은 관객의 시야를 가린다.

 

이들은 공연장 스태프나 뒷자리 관객 등의 제지로 잠깐 앉았다가도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 등이 불릴 때면 어김없이 다시 일어나 다른 관객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

 

세 번째는 휴대전화 벨소리나 기침 등으로 공연을 훼방 놓는 이들이다. 연극이나 발레 등 고요한 정적 속에 이뤄지는 공연 장르에서 자주 출현하는 관크의 유형이다.

 

휴대전화를 끄거나 진동모드로 바꿔 달라는 안내방송이 여러 차례 흘러나왔음에도 이들의 휴대전화는 공연 도중 다양한 벨소리를 울리며 공연 흐름을 끊어놓는다.

 

일부 관객은 연극·뮤지컬 배우가 중요 대사를 치는 순간 헛기침 등을 해 공연자와 관객의 소통을 방해하는 대열에 동참한다. 이들 때문에 간혹 배우가 대사를 잊어버리는 ‘대형사고’도 발생한다.

 

네 번째는 음식물 반입 관객이다. 공연장 관계자들이 관객 입장 시 음식물 반입을 차단하고 안내 문구를 통해서도 주지시키지만 가방 등에 숨겨놓고 들어갈 경우 막을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이들은 공연 중에 과자 등의 포장을 뜯어 먹으며 부스럭거리는 소음을 유발한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관크는 공연예술계의 공공의 적”이라며 “이들의 행위는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공연자의 예술 행위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공연 수준을 떨어뜨릴 개연성이 크다. 관크 역시 질 좋은 공연을 보는 데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공연장 관계자는 “관크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관객들의 의식 문제로 도민들의 문화 수준과도 맞닿아 있다”며 “공연 시작 30분 전 행사장에 도착하고 공연 관람 중엔 휴대전화는 끄는 것이 기본예절이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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