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자연 최고의 조각, 푸른 바다 병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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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지질, 문화, 역사 담긴 길

‘유네스코(UNESCO) 인증 세계지질공원’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한 지질트레일이 제주형 생태관광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독특한 절경과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겨낸 제주 선조의 역사·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이 탐방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80만년 전 뜨거운 용암이 대지를 뚫고 올라왔지만 점성이 높아 멀리 흐르지 않고 주변에 쌓이고 쌓여 봉긋한 형태의 용암돔으로 굳은 것이 산방산(해발 395m)이다.

 

온통 돌로 이뤄진 척박한 환경에도 식물이 뿌리를 내리더니 정상부는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깎아지른 암벽에는 희귀식물들이 자생하는 등 학술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

 

산방산 바로 앞으로는 용이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용머리해안이 펼쳐져 있다.

 

화산재가 오랜 세월 겹겹이 쌓인 용머리해안은 화산 분출 도중 연약한 지반이 무너지면서 화구가 막히자 용암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또다시 분출했기 때문에 경사를 달리하는 지층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탐방로를 조성했던 1970년에는 길이 바닷물에 잠기지 않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최근에는 하루 평균 4~6시간 동안 탐방로가 수면 밑으로 숨어버린다.

 

산방산 서쪽 사계리와 덕수리 마을을 거치는 A코스(13.2㎞)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형제해안로를 끼고 있다.

 

해안에서 2㎞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섬 사이로 태양이 지면서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화산재가 쌓인 상태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닌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사람 발자국 화석도 만나볼 수 있다.

 

발걸음을 단산 방향으로 돌리면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대정향교가 터를 잡고 있다.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 김정희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대정향교 뒤편으로는 봉우리가 칼날같이 날카로운 단산이 우뚝 솟아있다.

 

도내 대부분의 오름은 봉우리가 둥그런 곡선을 이루지만 단산은 수직에 가까운 벼랑이 독특한 매력을 내뿜고 있다.

 

단산을 지나 덕수리 마을로 들어서면 불미(풀무)를 이용해 쇠를 녹이고 농기구를 만드는 불미공예를 재연하는 불미마당이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14.3㎞ 길이의 B코스는 산방산 동쪽 화순리 방향으로 길을 냈다.

 

선조들이 소금을 만들기 위해 막을 설치하고 생활했던 소금막을 지나 모래사장이 햇살을 머금고 황금빛 자태를 뽐내는 화순 금모래해변으로 들어선다.

 

길이 250m, 폭 80m 규모의 아담한 해변은 바다로는 형제섬·마라도·가파도, 땅으로는 한라산·군산·산방산·송악산·단산과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만들어낸다.

 

금모래해변을 지나면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 후 2세기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복원한 화순리 선사유적지가 조성돼 있다.

 

선사유적을 둘러보고 황개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논농사를 위해 바위를 깨 물길을 낸 수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수로는 김광종이 소주를 독하게 만들어 바위에 붓고 불을 붙여 돌을 약하게 만들어 깨트리는 과정을 10여 년 동안 반복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발길을 중산간으로 돌리면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화순 곶자왈로 들어선다.

 

표면이 거친 아아 용암류에 의해 형성된 화순 곶자왈에는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다양한 식물들과 어우러져 특급 호텔의 정원에서도 감상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

 

화산섬의 지질학적 가치와 마을의 문화와 역사, 곳곳에 깃들어 있는 전설까지 만끽하고 나서 다시 용머리해안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 봤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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