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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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새 자전거를 닦고 있었다. 한 아이가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을 했다. 아이가 자전거 주인에게 슬며시 물었다. “아저씨, 이 자전거 비싸요?” 그러자 자전거 주인이 대답했다. “몰라, 이 자전거는 우리 형이 준 거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부럽다는 듯 “나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전거 주인은 당연히 아이가 “나도 그런 형이 있어서 이런 자전거를 받았으면 좋을텐데”라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의 말은 뜻밖이었다. “나도 내 동생에게 이런 멋진 자전거를 주는 형이 됐으면 좋겠어요.”

▲2009년 타계한 장영희 교수(작가ㆍ전 서강대 영문과)의 수필집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동생을 사랑하는 아이의 곱고 착한 마음이 묻어난다. 자전거 주인이 아이의 생각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어른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아이에게 투영했기 때문이다. 늘 무엇인가를 남으로부터 획득해서 나의 소유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그것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렸을 때의 그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나만의 성을 쌓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거는 과정일 지 모른다고 작가는 그 수필에서 얘기하고 있다.

▲형제는 피를 나눈 관계이지만, 서로의 내면이 다르고, 또한 애증관계는 더 강렬하다고 한다. 성경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살인도 형제 사이에 벌어졌다. 아담과 이브의 맏아들로 태어난 카인이 여호와가 동생인 아벨만을 총애하자 시기심에서 아벨을 죽인 것이다. 훗날 스위스의 한 정신분석학자가 이를 바탕으로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라는 심리학 용어를 만들어냈다. 형제간에 나타나는 갈등과 대립을 뜻하는 이 카인 콤플렉스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숱하게 전개돼 왔다. 재산과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흙탕 싸움으로서.

▲목하, 한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드라마가 있다. 이름하여 ‘롯데판 형제의 난’이다. 롯데그룹 지배권을 둘러싸고 한 살 터울의 형제가 벌이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진짜 드라마였다면 역대 왕자의 난 가운데서도 시청률 최고를 찍었을 정도의 막장 줄거리일 듯싶다.

이 형제의 난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솔직히 승패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 갑남을녀의 눈에는 가질 만큼 가졌음에도 더 갖기 위해 골육상쟁도 불사하는 집안 사람들끼리, 형제간의 싸움이 그저 딱하고 안타깝게 비칠 뿐이다. 그들도 어렸을 때는 순수한 동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나만의 성을 쌓고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있다. 피보다 진한 게 돈이다.

오택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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