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못 외워 울어버린 동연이
시 못 외워 울어버린 동연이
  • 제주일보
  • 승인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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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 교육 전문 강사>

“얘들아, 오늘 아이스크림 먹을까? 선생님이 사다놨는데….”

 

“와~~! 신난다.” 아이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왜 먹는지를 설명해야 했다.

 

“지난번에 동연이가 시를 외우는데 자꾸 틀려 눈물이 나는데도 끝까지 남아 시를 다 외우고 간 것이 기특해서 꼭 사주고 싶었단다.”

 

친구 덕에 아이스크림을 먹게 된 다른 친구들도 덩달아 동연이를 인정해준다. 그러자 동연이가 자기 덕에 먹는다는 듯 으쓱거린다. 오늘은 동연이가 좀 그래도 되는 날이다.

 

아이들과 시 수업을 할 때였다. 주어진 시를 읽고 이야기로 바꾸는 활동이다. 그 다음 시를 암기하면 훨씬 이해가 잘 되어 쉽게 암송을 할 수 있기에 그 날도 그렇게 할 계획이었다. 이야기로 바꾸는 것까지는 모든 아이들이 잘 마쳤다. 다음 단계에선 이 시 한 편 다 암송을 하게 되면 수업이 끝난다. 아이들은 열심히들 외우고 있다.

 

그 중 동연이도 나름 열심히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는 제일 먼저 다 외웠다고 손을 들었다. 이 아이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영특한 아이라 수업 중에 장난을 치다가도 글을 쓸 때는 집중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쉽게 암송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일어서서 암송하는데 몇 군데 다르게 나온다. 동연이처럼 우뇌가 발달한 아이는 이해 우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때로 한두 군데 비슷한 단어로 나오기도 한다. 다른 아이라면 대강 지나가도 될 텐데(자신감을 주기 위해서) 이 기회에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정독을 하게) 다시 하자고 했다. 몇 번을 더 도전했는데 역시 한 두 군데 다르게 암송되었다.

 

그때까지도 장난처럼 가볍게 아쉬워하며 잘 지나가나 싶었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친구들이 슬슬 통과해 버리는 바람에 결국 혼자서 남게 된 것을 알게 되자 조금 조급해진 것 같다. 심각해지더니 결정적으로 한 단어에 걸리고 말았다. 정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아뿔싸~ 성연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친구들 보지 않게 하려고 쓱쓱 얼굴을 문지르는데, 순간 참 난감하다. 이럴 때 그냥 다 안 외워도 된다고 해도 아이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어떻게든 실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모르는 척 하고 다시 암송하게 했더니 그 와중에도 떠듬떠듬 거리면서 한 줄 한 줄 정확하게 내뱉는다. 친구들도 다른 때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결국 암송에 성공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에 아무 말 없이 등 한 번 어루만져 주고 보냈다.

 

그리고 다음 주, 오늘이 되었다. 어떻게 동연이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까 고민하다 더운 날씨 덕분에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했다. 동연이 덕에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며 잠깐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 속에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할 것은 꼭 다 하고 가는 아이’임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싶다.

 

물론 동연이는 오늘 더 많이 까불면서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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