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자신의 참모습 찾아가는 역사의 길
(31)자신의 참모습 찾아가는 역사의 길
  • 강권종 기자
  • 승인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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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의 길…제주대표 사찰 4곳 경유하며 지친 일상 위로받아
   
                                                            선덕사와 불탑

정진의 길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수려한 경관 속에 숨어 있는 역사의 아픔을 공유하며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곳이다.

 

한라산 자락에 자리 잡은 존자암과 법정사지, 남국선원, 선덕사를 연결하는 20㎞ 길이 정진의 길은 일과 사람에 치여 휴식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서귀포시 하원동 불래오름 1300m 지점에 있는 존자암은 부처의 6번째 제자 발타라존자가 불법을 전하기 위해 수행을 했던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존자암에서 내려와 영실 주차장에서 등산로 방면으로 500m를 올라가면 하원수로길이 나타난다.

 

1950년대 후반 한라산의 풍부한 수자원을 하원마을의 논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수로를 따라 조성된 하원수로길은 주변 도로가 개설되기 전까지 한라산 등산로로 이용됐었다. 숯가마터와 화전마을터, 법정사지 등 역사·문화 유적을 품고 있다.

 

특히 하원수로길과 한라산 둘레길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법정사지는 무오항일항쟁의 발상지로 선조의 애국정신이 깃들어 있다.

 

기미 3·1운동보다 5개월 먼저 발생한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은 불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항쟁으로 제주지역의 첫 항일 투쟁이었다.

 

이러한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법정사는 당시 항일지사들이 체포되고 일본순사에 의해 사찰이 불태워져 지금은 축대 등 일부 건물의 흔적만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의 상처는 한라산 둘레길로 이어진다.

 

둘레길의 일부는 일본군이 군용 트럭을 이동시키기 위해 개설한 군사도로인 하치마키 도로다.

 

‘한라산에 머리띠를 두른 형국’이라는 뜻의 하치마키 도로는 도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훼손한 일본군의 횡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한라산 둘레길에는 하치마키 도로와 함께 또 다른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시오름 4·3주둔소가 위치하고 있다.

 

이끼가 낀 채 허물어진 돌담은 4·3사건 당시 무장대의 공격을 방어하고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쌓은 경찰초소였다.

 

제주도민들의 겪었던 삶의 애환을 공유하고 나면 울창한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군락지가 순례객을 반긴다.

 

삼나무는 낙우송과에 속한 상록 칩엽교목으로 제주에서는 주로 감귤과수원의 방풍나무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곳의 삼나무는 그 높이와 둘레가 과수원의 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다.

 

또 편백나무는 다량의 피톤치드를 방출해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심폐기능 강화와 호흡기 질환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강한 살균 작용으로 숲의 공기를 맑게 해주고 있다.

 

삼나무·편백나무 군락지에 삼림욕을 만끽하며 그동안 쌓여 온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면 한국불교의 큰 기둥이라 일컬어지는 혜국 스님이 창건한 남국선원으로 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산자락에 위치한 선원은 마당을 중심으로 가장 높은 곳에 대웅전과 삼성각이, 그 아래 왼쪽으로 설선당이 계단식으로 배치돼 있다.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사찰과 한라산의 울창한 산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정진의 길의 종착역인 선덕사는 10만 여㎡ 넓이의 넓은 부지에 삼성각과 웅진전, 범종각 등 전각들이 전통사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