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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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을 앓는다.’는 말이 회자됐다. 미국 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비유한 말이다. 미국에 영향을 받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닐텐데, 한국이 심한 생채기를 앓는 건 수출 비중이나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말에 중국 경제를 끼워 넣으면 딱 어울리게 됐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긴밀해지면서 그 의존도가 미국 보다도 더 심화된 상태다. 앞으로 의존도는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터. 미국의 기침에 감기를 앓고, 중국의 기침에는 독감을 앓는 한국 경제가 됐다.

▲‘차이나 쇼크’에 새파랗게 질린 증시. 어느 신문의 제목에서처럼 최근 중국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 조치로 촉발된 일이다. 위안화 절하가 중국 경기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가 그 여파로 속절 없이 무너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검은 금요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혹독했다. 북한의 도발 충격까지 더해진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렇다면 제주는 괜찮은 걸까. 아니다.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평가 절하라는 두 가지 악재가 곧바로 제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줄었고, 제주로 몰리던 중국 투자도 뚝 끊겼다. 위안화 절하는 상대적으로 제주관광 상품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제주의 관광 및 경제 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다. 제주가 중국의 기침에 독감이 아니라 폐렴을 앓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광업계는 지금 상황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다며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중국 위주의 양적 성장을 거듭해 온 제주관광의 취약한 현실이다. 그러나 스스로 초래한 일이다. 지난번 메르스 사태때도 그랬다. 중국인 관광객의 오지 않자 제주관광 전체의 위기로 확대된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증시 격언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가 쏟으면 계란이 모두 깨지니까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어쩌면 지금 제주가 대부분의 계란을 중국이라는 한 바구니에 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오택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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