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전문직 여성의 화관을 씌워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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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덕. 사회복지학 박사·애서원 원장/논설위원
해녀는 제주여성의 대표적 상징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술대회나 전문가들의 영역을 넘어서 지역사회차원에서 또는 개인적 일상생활에서 해녀는 과연 제주여성의 대표인가에 대해 아쉬울 때가 자주 있다.

여성정책 관련 활동을 통해 해녀에 관한 워크숖에 참여하면서 해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해녀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만약 여성 정책 관련 활동이나 여성단체 관련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해녀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해녀 축제에 참가해 보면 해녀는 모두 여성이었다. 그런데 10년 이상 제주특별자치도 여성주간 행사에 참여해 보았지만 해녀들의 참여를 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해녀는 제주특별자치도 여성주간과 무관한가.

뒤늦었지만 여성 단체 활동에 잠수회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직업군의 이익단체들도 여성 단체 군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제주여성의 대표로 상징되는 해녀는 여성 단체에서 누락되었는가?

제주특별자치도 조직만 보더라도 여성단체 업무는 여성국 소관이고 해녀 업무는 해양수산국의 업무이다. 행정 부서의 차이 때문에 여성권익 활동에서 해녀가 누락된 것은 아니겠지만 부수적 이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해녀는 지금까지 수협 산하 어촌계의 하부 조직의 채집노동자일 뿐 전문 직업군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왜 해녀는 제주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전문 직업군으로 성장하지 못했을까. 그린우드는 체계적인 이론(지식과 기술), 윤리강령, 전문적 권위, 사회적인 승인, 전문직 문화(공유된 전문적 가치와 규범)를 전문직의 속성으로 정의했다. 해녀의 전문직으로서 속성은 어떠한가? 체계적인 지식과 기술, 윤리강령, 전문적 문화를 잘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 권위와 사회적 승인을 얻는 데 취약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해녀들의 권익운동은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주로 어장 보호에 초점을 맞추었고, 자신들의 직업군으로서의 권익보호나 역량 강화 활동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명을 담보한 광산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보장받았을 때 똑같이 생명을 담보한 해녀들은 왜 산재 보험 직업군으로 보장받지 못하였을까?

전문직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승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잠수어업인증’이 해녀들에게 주어지는데 발행자는 각 어촌계 잠수회다. 사회적 승인을 받으려면 국가나 지방정부가 정부가 발행하는 면허증이나 자격증을 받아야하고, 그 자격증으로 소득 보장이나 사회보장이 뒤따라야한다. 오랜 역사에 걸쳐 주요한 산업일꾼이었던 해녀는 아직도 공식적 사회적 승인을 얻지 못하고, 어촌계 잠수회에서 발행하는 ‘잠수어업인증’으로 만족해야 했는가. 199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여성권익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녀들의 권익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해녀 노령화는 가속화되었다. 그렇다면 누구를 탓해야할까? 그 노동을 책임지고 있던 수협이나 지방정부가 해녀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실패하였고 해녀 자신이 스스로 해녀의 권익보호를 위한 역량 개발의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제주사회는 오랜 시간 제주지역경제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온 해녀들에게 공정한 사회적 승인을 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 여겨진다.

공동생산, 공동분배하는 잠수회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매우 진화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왔던 것을 증거 한다. 지역사회는 사회적 승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대 간 해녀문화가 전승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수협 조직과 지방정부는 잠수회를 여성단체로서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으로 성장시켜 해녀라는 전문직의 권위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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