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벌초의 계절...다음주 절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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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음덕 기리고 가족 소중함 깨달아...예초기 등 안전사고 주의해야
벌초의 계절이 돌아왔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민족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통과의례’처럼 찾아온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고 가을로 접어드는 이맘때 가장 많이 하는 안부 인사도 ‘벌초 해수과(벌초 했습니까)?’이다.

제주의 온 섬을 출렁이게 하는 벌초 행렬은 대부분 이번 주말과 휴일부터 시작해 음력 8월 초하루인 오는 13일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 독특한 벌초문화

벌초는 조상의 산소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묘 주위를 정성껏 정리하는 전국 공통의 미풍양속이다.

특히 제주에서는 음력 팔월이 되면 온 가족과 친척들까지 몇일에 걸쳐 대규모로 벌초를 하고 소분(掃墳)하는 진풍경이 펼쳐져 유별나다는 소리도 나온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이들이 자식들을 데리고 고향을 찾는다. 심지어 일본 등 해외에서 찾아오는 경우까지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도내 초·중·고등학교가 음력 8월 초하루를 맞아 일제히 임시 휴교하는 ‘벌초방학’이 있었다.

지금도 벌초 때면 학생들이 하루 수업을 쉬고 현장체험학습으로 벌초에 동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벌초는 두 차례로 나눠 행해진다. 보통 8촌까지 모여 고조부 묘까지 벌초하는 ‘가지벌초(가족벌초)’가 있다. 또 가문 전체가 모여 기제사를 마친 선대 묘 수십 기를 돌보는 ‘모둠벌초(문중벌초·웃대벌초)’가 있다.

낫이나 예초기로 벌초를 끝낸 후에는 준비한 제물로 상을 차려 인사를 올린다.

모둠벌초는 대개 음력 8월 초하루를 원칙으로 하지만 직장인과 출향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초하루를 전후한 토·일요일 중 택일하기도 한다.

모둠벌초와 가지벌초 순서는 특별히 정해진 게 없고 집안마다 다르다.

그런데 제주의 산소는 명당을 찾아 볕이 잘 드는 산과 오름 중턱, 중산간 등지에 흩어져 있어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보면 벌초하는 날만 3~4일 걸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손이 귀하거나 출향 인사가 많은 집안에서는 ‘벌초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제주의 유별난 벌초 문화는 속담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추석 전이 소분 안허민 자왈 썽 멩질 먹으레 온다(추석 전에 소분을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

‘식게(제사) 안 한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

그만큼 조상을 잘 섬겨야 하는 당위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벌초철은 ‘하나’가 된 가족끼리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월, 삭막해지는 세상사 속에서도 가족들이 건넨 덕담은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 변화하는 벌초 풍속도

과거 대세를 이뤘던 매장문화와 유교식 장례 풍습에서 시작된 벌초문화는 도시화와 핵가족화, 저출산·고령화라는 변화된 시대상, 화장문화 확산 등으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산소 주변을 돌담으로 에워싸는 산담 안과 밖에서 풀을 베는 장비는 낫 대신 예초기가 자리잡았다.

자녀와 후손들에게 벌초에 대한 부담을 넘기기 않기 위해 흩어진 선묘들을 한 곳으로 모아 이장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일손 부족이나 생업에 바빠 벌초를 대행해주는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도내 지역농협에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출향 인사 등의 조상 묘를 관리해 주는 산소 벌초 대행 사업은 호응을 얻고 있다.

벌초에 참석 못하는 이들은 친척들에게 일정액의 돈을 보내 성의를 표시하기도 하고, 일부 집안에서는 ‘벌금’을 부과해 대신하기도 한다.

▲ 안전사고 주의보

풍성한 한가위를 기분 좋게 맞으려면 벌초철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장 많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예초기 관련 사고이다. 자칫 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로 소중한 신체가 상처를 입거나 절단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목이 긴 장화나 장갑, 보호 안경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하는 게 좋다. 다른 사람의 작업 반경 안에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만약 예초기로 인해 절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깨끗한 천이나 수건으로 지혈하고 절단 부위를 깨끗하게 한 후 119에 신고,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야 한다.

벌 쏘임 사고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벌 쏘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벌을 자극할 수 있는 강한 냄새를 유발하는 향수, 화장품 등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가능한 맨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긴 소매 옷을 입는 것이 도움된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핀셋이나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119에 신고해 신속한 응급 처치 및 병원 이송을 요청해야 한다.

또 야생 독버섯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생 독버섯을 식용으로 착각해 섭취한 후 식중독을 일으켜 병원 신세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뱀도 주의 대상이다. 뱀은 가을철이 되면 독성이 강해지고 자기 방어를 위해 공격을 하기 때문에 항상 지팡이나 긴 막대기를 이용해 확인하는 게 좋다.

만약 뱀에 물렸을 때에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상처를 심장보다 낮게 하며 상처 부위 상단을 묶어 독이 퍼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야생 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는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질환에도 주의해야 한다.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고, 긴 팔(팔 토시)·긴 옷을 착용하고, 벌초가 끝난 후에는 즉시 샤워하는 등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벌초 후 ‘음복(飮福)’ 음주운전도 경계의 대상이다.

김재범 기자 kimjb@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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