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제주불교, 민초들과 동고동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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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성지순례길-보시의 길(下)
   
▲ 제주시 사라봉 기슭에 있는 사라사에서 바라본 산지등대와 제주항 전경.
제주시 애월읍에서 삼양동까지 45㎞ 이르는 보시의 길은 제주불교의 변천사와 제주사람들이 어떻게 불교와 인연을 맺었는지 보여준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고려 정종 즉위년인 1034년 탐라국에서 파견한 사절단이 특산물을 바쳤고, 이들에게도 팔관회를 관람하게 한 것을 보면 제주불교의 역사는 10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옛말처럼 제주에서는 불교와 무속신앙이 성행했으나 조선시대 억불(抑佛) 정책으로 1565년 곽흘 제주목사 때부터 사찰은 탄압을 받았고, 1702년 이형상 목사에 이르러 불교의 맥이 끊어졌다.

제주불교계에선 조선 중엽 약 200년 동안 ‘무불(不佛)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교는 민초들의 삶에 파고들었다. 보시의 길 두 번째 코스는 척박한 바다와 오름에서 살아온 민초들이 관세음보살에게 의지해 온 간절한 정성이 엿보인다.

제주시 도두봉 중턱에는 무사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민간 신앙처인 ‘오름허릿당’과 함께 장안사가 함께 들어서 있다. 장안사는 1950년 돌집 대웅전과 초가 사채에서 창건됐다.

이어 사봉낙조로 유명한 사라봉에 이르면 사라사를 만날 수 있다. 사라사 대웅전에서는 일제시대인 1916년 건립된 근대식 산지등대와 1925년부터 제주성 성곽의 돌을 바다에 메우며 개발된 제주항이 내려다보인다.

길을 따라 화북동에 접어들면 원명선원을 만날 수 있다. 1957년 원봉당 대선사는 제주에 선방이 없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화북동에 선원을 열었다.

제주불교에 참선을 뿌리 내린 이 사찰에서는 재가 불자들의 시민 선방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마다 이 도량에서 한철을 나기 위해 일타, 비룡, 도견, 지월, 도법, 수경 스님 등 당대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머물렀고, 시인 고은 등 지식인들도 선방과 인연을 맺어왔다.

화북동은 1908년 관음사를 창건, 근대 제주불교를 일으킨 안봉려관 스님의 고향이다.

그는 일제의 억압과 통제 속에서도 제주불교포교당을 신설했다. 이 노력에 힘입어 1930년대 이르러 관음사는 제주불교를 주도했고, 제주불교 활동의 근간이 됐다.

보시의 길 마지막 코스인 삼양동 원당봉에는 불탑사(조계종), 원당사(태고종), 문강사(천태종) 등 각 종파를 대표하는 사찰 3곳이 들어서 있다.

불탑사와 원당사는 마주해 있는 데 고려시대에 창건된 원당사(元堂寺)의 터에 1914년 재건된 사찰이 불탑사다. 원당사는 1920년대 새로 들어선 사찰이다.

원당봉(해발 170m)은 주봉인 원당악과 망오름, 도산오름, 동나부기, 서나부기, 앞오름, 펜안오름 등 7개의 봉우리와 3개의 능선이 이어져 있어 예로부터 ‘삼첩칠봉(三疊七峰)’이라는 명당으로 꼽혀왔다.

한기완 제주불교신문 총괄국장은 “보시의 길에는 할망신을 모신 신당에서 사찰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륵 부처님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미래의 행복을 꿈꿨던 제주사람들은 미륵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정성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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