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바람이 심어 놓은 씨앗, 천년의 숲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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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여러 대(代)를 거치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모두 과거의 이야기이며 신(神)이 관련되거나 용이나 이무기 등 상상의 동물이 등장하는 등 허구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비자림(榧子林)은 과거 먼 옛날 신들이 등장하는 전설이 아닌 살아 있는 전설로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미래로 이어지는 ‘현재진행형’ 전설이다.

 

비자림은 ‘오름의 여왕’로 불리는 남쪽의 다랑쉬오름과 북쪽의 돛오름 사이에 자리 잡은 긴 타원형의 숲으로 거의 평지에 가까운 곶자왈 지대이다.

 

이 비자림에 언제 처음 비자나무가 심어졌는지 등 숲의 역사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옛날 이 지역주민들이 제사를 지낼 때 쓰던 비자 씨앗이 바람에 날려 이곳에 뿌려지고, 그 나무가 또 다른 씨앗을 퍼뜨려 또 다른 나무를 키워내고, 이러한 과정이 수 백 년 동안 이뤄지면서 지금의 비자나무숲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뿐이다.

 

비자림의 전체 면적은 44만8000여 ㎡에 이르고 있으며 약 1만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비자나무로 이뤄진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 중 수령 500년 이상 된 나무만 2500여 그루이며 최고 수령의 나무는 약 900년으로 추정되고 있어 천년숲으로 불린다.

 

또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16m에 이르며 대부분은 11~13m 정도이다. 가슴높이의 직경은 최고령목이 1.8m이며 대부분은 40~70㎝ 정도이다.

 

▲천년의 전설 비자림 비자림 입구

수 백 년 세월의 무게처럼 숲의 초입에 들어서자 감히 일반인이 범접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신성한 기운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영화제 행사의 붉은 융단처럼 부드러운 송이 길을 걸으며 숲속 깊숙이 들어 갈수록 천년 숲에서 발산되는 신비로움이 더욱 온 몸을 감싼다.

 

아름드리 비자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한 뼘의 하늘도 허락하지 않은 가운데 간간이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리 비치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콩찌게덩굴, 마삭줄, 송악 등 덩굴식물들이 수령 수 백 년을 자랑하는 비자나무들을 칭칭 감고 있고 숲 바닥에는 고비와 관중, 고사리 등 다양한 양치식물들이 뒤덮여 있어 원시림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작하고 있다.

 

비자림 산책로를 걷다보면 ‘새천년 비자나무’로 이름 붙여진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 나무 앞에 세워진 안내문은 이 나무가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령 800년이 넘었으며 1만여 그루에 이르는 이 곳 비자나무 중 가장 굵고 웅장하며 기나긴 세월동안 이 곳 비자나무 숲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숲의 신목(神木)으로서 숭고할 뿐 아니라 희망과 번영을 구가하는 새천년의 상징나무이가도 하다.

 

제주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기원함은 물론 나무를 보러 오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운, 소원을 이루게 할 것이라며 제주도는 2000년 1월 1일 즈믄해를 기념해 이 나무를 ‘ 새천년 비자나무‘로 지정했다.

 

▲비자림의 또다른 전설들

숲에 진입하기 전 만나는 특이한 나무는 바로 ‘벼락맞은 비자나무’. 벽락을 맞아 반쪽은 타서 없어지고 현재 반쪽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약 100여 년 전 나무의 반쪽은 벼락을 맞으면서 강한 전기저항으로 인해 불에 타 없어지고 나머지 반쪽은 불이 번지지 않아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벼락을 맞고 불까지 나면서도 지금까지 그 자리에 남아 살아 있어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시하며 귀하게 여겨왔다.

 

특히 피부병 환자가 이 나무에 살갗을 문지르거나 만지면 종기나 부스럼 같은 피부질환이 사라진다고 전해지고 있다.

 

비자림 산책로에서는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비자 연리목도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됐으니 그 사랑이 영원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비자나무 뿌리에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흘려보내며 생겨난 비자우물. 또한 천연상태에서 원적외선 방사율 92%, 탈취율 89%, 수분 흡수율 10%, 항균성 99%, PH7.2의 알칼리성 천연 세라믹으로 인체의 신진대사 촉진과 산화 방지 기능을 지녔다고 알려진 송이 산책길.

 

비자림을 찾아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함께 송이길을 걸으며 비자우물 한 모금 마시면 올 여름 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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