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제주에 표착 김대건 신부 복음의 빛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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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천주교 성지순례길-김대건길
   
▲ 제주시 한경면 용수 성지에 복원된 ‘라파엘호’ 전경. 김대건 신부 일행은 인천~상항이~제주를 오고가는 5개월 12일간의 항해 동안 이 배와 생사를 함께 했다.

170년 전인 1845년 김대건 신부 일행이 탄 배가 제주에 표류하는 등 천주교(가톨릭)와 제주의 인연은 각별하다.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6개의 성지순례길을 선포했고, 지금까지 3개의 길을 개통했다. 본지는 제주의 역사·문화와 자연을 품은 순례길을 통해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의 발자취를 재조명한다.
【편집자 주】

2012년 ‘김대건길’(12.6㎞)의 개장으로 제주에 성지순례길이 태동했다. 김대건 신부(1821~1846)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세례명 안드레아)이자 한국 순교 성인(聖人) 103위의 반열에 올랐다.

김대건길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성당이 시점이고, 신창성당이 종점이다. 길은 신창~용수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졌다.

세계지질공원의 핵심 코스인 수월봉 화산지대를 비롯해 차귀도, 자구내 포구, 당산봉, 절부암 등 아름답고 수려한 자연 경관을 품고 있다.

김대건은 충남 당진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증조부와 부친은 모진 박해에서도 목숨으로 신앙을 지키며 순교했다.

김대건은 프랑스 모방 신부에게 발탁돼 1836년 유학길에 올라 마카오에 있는 신학교에서 신학·철학·지리·라틴어 등을 배웠다.

1844년 만주의 소팔가자(小八家子) 교회에서 부제 서품을 받은 그는 압록강을 건너 한양에 잠입해 교세 확장에 나섰다.

그는 선교사를 영입하기 위해 1845년 4월 신자 11명과 함께 ‘라파엘호’를 타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중국 상하이로 건너갔다.

1845년 8월 17일 그는 상하이 금가항(金家港) 교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된 후 8월 31일 라파엘호에 승선, 귀국길에 올랐다.

배에는 그를 비롯해 서품 성사를 집전한 제3대 조선교구장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제5대 조선교구장), 신자 11명 등이 타고 있었다.

풍랑에 표류한 배는 상하이를 떠난 지 28일 만인 9월 28일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표착했다. 신부로서 고국에 첫발을 내딛은 그는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전국 각지를 순방하며 비밀리에 신자들을 격려하고 전도하던 그는 1846년 체포돼 25살의 나이로 서울 한강변 새남터에서 목이 베어지는 군문 효수형으로 순교했다.

그는 옥중에서 세계지리에 관한 책을 만들고, 라틴어 실력을 발휘해 외국에서 만든 지도를 우리말로 옮겼다.

일부 대신들은 김대건의 박학다식함을 아깝게 여겨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국가의 금령을 어긴 그는 결국 참수돼 순교의 걸을 걸었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김대건 신부 일행이 탔던 라파엘호는 고증을 거쳐 복원됐다.

길이 13.5m, 높이 2.1m, 총중량 27t의 무동력 목선은 1999년 다시 닻을 올려 제주~상하이를 오가는 해상 성지순례에 나선 바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2008년 한경면 용수리에 제주 표착 기념관(2450㎡)과 기념 성당(445㎡)을 신축하고, 김대건 신부가 고국에서 첫 미사를 올린 이곳을 ‘용수 성지’로 명명했다.

기념관에는 복원된 라파엘호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옥중 서한, 제주천주교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자료 및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옥상에 설치된 전망대에서는 제주의 바람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수월봉이 내려다보인다.

제주교구는 폭풍우를 만난 김대건 신부를 용수리 해안으로 이끈 것은 우리나라에 복음의 빛을 밝히고자 한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밝혔다.

김대건길의 또 다른 이름은 ‘빛의 길’이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가 첫발을 디딘 용수리는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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