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담뱃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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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했었다. 금연에 성공할 정도면 의지력이 대단한 사람일테고, 그런 사람은 시쳇말로 지독한 인간이니 멀리 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이제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바뀌었다. 웬만한 공공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게 하는 등 흡연권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담배를 피울 정도면 그거야 말로 독한 사람이 아닌가. 특히 담뱃값이 껑충 뛴 올해 들어서는 ‘흡연자=독종’의 연관고리가 더 밀접해졌다.

진짜 독종이 누구든 간에 그 시중 얘기가 시사하는 건 동일하다. 어느 경우라도 금연이 참으로 어렵다는 거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누군들 모르지 않을테고, TV에서도 담배로 인해 망가진 끔찍한 신체기관의 영상이 나와도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지난 주말 벌초를 마치고 친척들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담뱃값이 화제로 떠올랐다. 시작은 주변에 누구는 담배를 끊었고, 누구는 며칠 끊었다가 슬며시 다시 입에 댔다는 얘기였다. 그러다가 담뱃값 인상의 목적은 역시 증세가 아니었냐며 이구동성으로 화살을 정부 쪽으로 돌렸다.

이는 담배 판매량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으니 하는 말이다. 실제로 7월 한 달 담배판매량이 3억5000만갑으로, 최근 3년 월평균 판매량 3억6200만갑에 근접했다. 올 1월만 해도 담뱃값 인상 충격으로 판매량이 1억7000만갑까지 줄었다가 꾸준히 회복세를 탄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내세운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는 계절이 두 번 바뀌면서 담배연기처럼 허공에 사라졌다. 그 대신 정부는 엄청 늘어난 세수로 표정을 관리해야 할 판이다. 연말까지 그 수입이 작년보다 3조6000억원 증가할 것이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담배회사도 돌아서서 미소를 짓고 있다.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라서 값당 마진이 커졌으니까.

▲벌초 화제가 된 담뱃값 인상의 논리가 새삼 와 닿는다. 결과적으로 담뱃값 인상의 이유가 ‘국민 건강’이 아닌 ‘세수 증대’였다는 거다.

그렇다면 왜 한 갑당 가격을 3500원도, 5500원도 아닌 4500원이었을까. 그것은 흡연율 억제도, 서민들의 충격을 더는 것도 아닌 바로 세수 최대화에 있었다. 이미 과학적 통계로도 그게 증명된 바 있다.

담뱃값 인상, 정확히 말하자면 담배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담배소비세가 오른 것이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은 흡연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오택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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