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옥황상제의 딸과 한감의 사랑 이야기 서린 곳
(35)옥황상제의 딸과 한감의 사랑 이야기 서린 곳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산굼부리
   

가을이 왔다. 가을 하면 단풍이지만 제주는 가을을 대표하는 또 다른 절경이 있는데 바로 은빛 억새이다.

 

가을 청명한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가 제주 들녘을 물들이고 있다.

 

제주 중산간과 오름 그 어느 한 곳 억새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산굼부리의 억새는 제주 억새의 백미다.

 

아직 억새가 절정에 이르지 않았지만 초가을 이른 시간부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라산이나 다른 오름과 달리 산굼부리는 산세에 비해 대형 굼부리를 지닌 곳으로 마치 몸뚱이는 없고 아가리만 있는 기이한 기생화산이며 외부 둘레 2km에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 보다 더 깊은 132m의 분화구 역시 억새 못지않은 이곳의 절경이다.

 

이 굼부리는 용암이나 화산재 분출 없이 열기의 폭발로 암석을 날려 구멍만 남게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마르(MAAR)형 분화구로 제주의 풍광을 아름답게 담아낸 것으로 유명한 영화 ‘연풍연가’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 산굼부리는 연중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이 큰 분화구에 물이 고이지 않고 그 내부에는 일사량과 기온 차이로 난대식물과 온대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다, 그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1979년 6월에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됐다.

 

제주의 억새와 분화구를 보기 위해서는 한라산이나 오름을 등반해야 하는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곳 산굼부리는 매표소에서 약 5분여 남짓 걸으면 정상이다.

 

굼부리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은빛바다의 아름다움이 출렁이며, 정상의 웅장한 굼부리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절경이 있는 곳에 전설이 있듯 산굼부리에도 사랑에 대한 전설이 서려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남녀의 사랑

먼 옛날 옥황상제는 견우성, 직녀성과 같은 별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그 중에는 ‘한감’이라는 별도 있었다.

 

이 옥황상제의 딸들 중 셋째 딸은 착하고 총명해서 옥황상제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의 생일잔치에 한감이 초대됐는데 그 자리에서 한감과 셋째 딸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됐다.

 

한감과 셋째 딸은 그 후 남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속삭였으나 얼마 없어 둘의 사랑이 옥황상제의 귀에 들리게 됐다, 크게 노한 옥황상제는 그 둘에게 유배를 명하였고, 이에 한감과 셋째 딸은 구름길 바람 길을 따라 천둥과 벼락을 치며 이 세상으로 내려오게 됐다.

 

그 둘이 이 세상에서 첫 생활을 시작한 곳이 바로 이 산굼부리다.

 

한감은 사냥을 하고, 셋째 딸은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며 생활했다.

 

한라산 중턱인 산굼부리 주변에는 노루, 토끼, 멧돼지, 꿩 등 사냥감도 많았다.

 

그리고 보리수 열매, 산딸기, 다래, 머루, 으름, 시로미, 감 등 나무 열매도 풍성해 둘이 생활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처럼 한감은 사냥을 통해 얻은 고기를, 셋째 딸은 산에서 채취한 열매를 주식으로 생활했는데 같이 살면서도 식성은 서로 달랐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식성으로 오랜 세월 함께 살다보니 사랑했던 둘 사이에도 서서히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셋째 딸이 “당신에게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참을 수 없으니 우리 이제 헤어져 삽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한감도 동의하고, 셋째 딸은 산굼부리를 떠나 제주 남문 밖 천년 팽나무 아래 이르렀다.

 

“여기가 경치가 좋고 좌정할 만하다”며 터를 잡은 후 많은 신앙인들의 추앙을 받게 됐다.

 

한감은 산굼부리에서 산짐승들을 돌보며 살게 됐으니 사냥꾼들이 사냥을 나갈 때 이곳에서 산신제를 지내면 그날 사냥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옥황상제의 셋째 딸은 무속신앙의 신이 됐고 한감은 산굼부리의 산신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이제 얼마 없으면 산굼부리는 온통 은빛바다가 돼 정상에 서면 마치 구름위에 있는 신선이 된 듯 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조문욱 기자 mwch0@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