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한계와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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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배제대 교수
   
민주주의는 현대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현대인 사이에서 절대적 가치로 신봉되고 있는 듯이다. 그러나 정작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내재적인 한계와 위험성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주의의 개념 그 자체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 문제는 개념으로서의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실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국민이 주인이라고는 하나 국민은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이기 때문에 실제로 모든 국민이 주인 역할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책 중의 하나의 다수결주의이다. 그런데 다수결주의는 심각한 잠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로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이다.

다수결주의 하에서는 다수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기본권마저도 짓밟을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며, 특히 다수와 소수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을 경우 소수는 항상 소수로 남아 자신의 의견이 절대 반영되지 않는 억울함을 겪게 된다.

학자들은 다수결원칙에 충실한 민주주의를 다수제 민주주의라고 부르며, 반대로 기본적으로 다수결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소수의 권리와 의견을 존중하여 합의와 협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합의제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선거제도 중에서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다수결원칙에 충실한 제도라면, 비례대표제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제도이다.

비례대표제 하에서 여성 등 소수 세력이 대표성을 확보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및 정당공천제 개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작 다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확대에 대한 논의는 별 진전이 없고, 소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서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고 한다.

국민공천제의 주요 명분은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원리를 살펴보면, 이 제도는 대중영합주의 혹은 과잉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제도가 초래하는 많은 부작용(높은 비용, 정치신인에게 불리함)은 차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은 당연히 정당에게 있는데, 이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정당이 정당임을 포기하는 것이며 정당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국민공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선거)를 예로 들고 있지만, 이 제도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유럽의 당비 내는 당원 개념보다는 심리적인 지지자로서의 당원 개념을 중시하는 미국의 특수한 정치적 맥락에서, 일부 주에서 특정 정당에 등록되지 않은 정당 지지자들에게도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해 준 것일 뿐이다.

한국도 진성 당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여, 등록된 당원 외에 정당 지지자의 의견을 공천에 일부 반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 동안에도 실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를 국민공천제라고 부르면서, 마치 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제도로 포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할 때, 그 숨은 의도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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