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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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집 떠나면 고생이다”는 말이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 집이 제일 좋다는 뜻이다. 집을 나가 돌아다니게 되면 아무리 대접을 받는다 해도 고생스럽고 불편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때문일까. 사람에겐 풍우(風雨)와 한서(寒暑)를 피해 살아갈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할 수밖에 없다. 집은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사람이 그 속에 들어가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을 일컫는다. 사전적 정의다. 주택법엔 세대의 세대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 및 그 부속 토지로 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집은 삶의 보금자리이고 가족이 함께 생활하며 추억을 쌓는 공간으로 간주된다. 한데 우리 사회에서 집은 이런 의미를 넘어 굉장히 중요한 장소이다. 개인의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성공과 재테크의 수단으로 인식돼온 것이다.

그러니 50대 이상의 부모 세대에겐 집 장만은 인생의 주요 목표였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집을 샀을 때의 그 뿌듯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그래서 내 집을 마련해 집들이를 하는 건 집안의 경사(慶事)였다. 하지만 최근엔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청춘들이 부쩍 많아졌다.

집값이 너무 올라 열심히 저축해도 내 집하나 장만하기가 매우 힘들어서다. 오죽했으면 청년세대의 막막한 현실을 보여주는 ‘○포 세대’ 신조어에 ‘내 집 마련 포기’가 단골 메뉴가 됐겠는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거기엔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집값이 하늘 높을 줄 모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다. ‘미처 날 뛴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그저 입이 딱 벌어진다. 올들어 도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매달 1000만원씩 폭등해 지난 7월엔 사상 처음으로 2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제 웬만한 도심지 아파트를 사려면 3억원 이상은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지난달 기준 도내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1억8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2년 전에 비해 무려 32.4%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가격이 6.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량 높은 수치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다.

이주 열풍으로 주택 수요가 급증한 탓이 크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이 가세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거품 논란과 함께 부동산 시장에 한탕주의가 만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녕 미친 집값에 고삐를 채울 방안은 없는 것일까.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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