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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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139㎡(42평) 규모의 아파트가 12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2012년 분양 당시 가격은 3억7900만원. 3년 새 3배나 집값이 오른 셈이다.

요즘 아파트 시세를 놓고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말이 나온다. 한술 더 떠서 ‘미친 집값’이라고 한다. 날뛴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아이러니한 것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혀를 차면서도 “언제까지 더 오를 수 있을까요?”라는 문의가 부동산업계에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에다 대출 완화까지 겹쳐 아파트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몰리고 있다.

제주에서도 아파트 분양권으로 5000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을 벌 수 있어서 일단 청약을 하고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예금금리는 턱없이 낮고 주식은 변동이 크다보니 ‘역시 부동산(아파트)이 최고’라는 것이다.

아파트가 ‘보금자리’에서 저비용(계약금+중도금 일부)으로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투기 상품이 됐다.

투기로 인해 피해를 오롯이 떠안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다. 분양시장 과열로 높아진 청약 경쟁률에 정작 실수요자들은 분양을 받지 못하고 웃돈을 더 주고 분양권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청약시장에 섣불리 가세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달 1000명 이상씩 이주민이 들어오지, 한 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오는데 아파트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과연 그럴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은 2008년 미굴발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이 떨어질 때 강남·서초 등 역사상 유례없이 집값이 급등한 ‘버블세븐’ 지역이 제일 먼저 하락을 주도했다. 20억원짜리 아파트 가격이 반 토막이 나면서 ‘버블세븐’을 ‘반값세븐’이라 불렀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대출 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렸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다가 낭패를 보게 된 ‘하우스푸어’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도내 가계대출 7조원 가운데 주택 담보대출은 2조8609억원으로 1년 전(2조2679억원)보다 26% 늘었다.

이 같은 가계부채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제주 경제의 최대 뇌관이 될 수 있다.

소득 정체, 저출산 및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 활황세가 지속될 보장은 없을 것이다.

엊그제만 해도 메르스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연동 바오젠거리가 썰렁해진 모습을 우리는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언제 또 이런 호황기가 오겠냐’는 말이 난무하지만 ‘불편한 호황’이 될 수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에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국내 금리도 오르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옥죄기로 들어가면서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두 가지 관점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연착륙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폭락의 시발점이라는 비관론이 그것이다.

제주에서도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인 하우스 푸어가 언제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2년 전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한 개그맨이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팔리지도 않고 팔수도 없고 이자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오도 가도 못해서 여기서 꼼짝없이 살고 있다”고….

좌동철. 사회2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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