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소산오름이 품은 산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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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종때부터 산천단에서 한라산신제 지내

제주는 탐라시대부터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한라산신제를 지냈다.

 

한라산신제는 백록담 북쪽 기슭에서 천제로 봉행됐었는데 산길이 험하고 날씨는 변화무쌍해 백록담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데에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던 중 조선 성종 때부터 백성들의 고초를 덜어주기 위해 지금의 산천단에서 제단을 마련하고 산신제를 지냈다.

 

현재 산천단에는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된 곰솔들이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서 있다.

 

그리고 이 신성스러운 산천단을 소산오름이 품고 있다.

 

▲땅에서 솟아난 오름

제주에는 유난히 중국 호종단과 관련된 전설이 많이 있다.

 

중국 송나라는 제주에서 자신들을 위협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려 예종 때 풍수에 통달한 호종단(고종달)을 제주로 보낸다.

 

호종단은 동쪽으로부터 탐라국을 한 바퀴 돌며 땅의 맥, 지맥을 끊어 버렸다.

 

호종단에 의해 등과 허리가 잘려 나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의 용머리.

 

제주의 지맥을 끊고 돌아가다가 차귀도 인근에서 제주의 수호신인 매에 의해 배가 침몰됐는데 그 섬이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해서 차귀도(遮歸島)가 됐다는 전설.

 

이 밖에도 서귀포시 서홍동의 지장샘, 제주시 구좌읍의 종달리 등이 모두 호종단의 관련된 전설을 품고 있다.

 

조선 성종 때부터 한라산에 산신제를 지냈던 산천단을 품고 있는 소산오름 역시 호종단과 관련된 전설이 서려 있다.

 

호종단이 제주에 와 제주의 명산의 모든 혈을 끊어 버리고 떠나던 날 밤, 갑자기 하늘이 진동하고 땅이 진동하여 불쑥 솓아 오른 오름이 이 소산오름이다.

 

높이가 48m인 소산오름은 ‘오름’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낮은 언덕 수준이다.

 

게다가 5·16도로에서 관음사로 향하는 도로가 생기면서 그 도로가 정상인 셈이며 바로 옆 삼의악이 웅장하게 서 있어 더더욱 오름처럼 보이지 않는 오름이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오름 정상속이다.

 

현재 이곳에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고 산책로 및 곳곳에 탐방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여러 개의 평상이 마련돼 있다.

 

편백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에 잘 조성된 편의시설로 한 여름 더위를 피하려는 피서객 및 산책과 운동을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소산오름이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산천단을 품고 있다.

 

▲산천단에서 산제를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찾을 정도로 한라산은 매우 신령스러운 산이다.

 

해마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산제를 지냈는데 산제를 지내는 시기가 겨울이었다.

 

워낙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인데다 겨울 추위 때문에 백록담까지 제물을 지고 오르다가 동사하거나 다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면서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됐다.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행사가 오히려 백성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흉사(凶事)가 돼버린 것이었다.

 

이에 조선 성종 원년(1470)에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약동은 이 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소산오름 기슭에 제단을 마련하고 이곳에서 산신제를 올리게 했는데 산천단(山川壇)이라는 이름도 이때부터 생겨났다.

 

이곳은 한라산맥이 뻗어 내린 기슭에다 한라산에 오르는 문턱이며 숲이 우거지고 연중 마르지 않는 소림천(小林川)이 있어 산신제를 지내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었다.

 

또한 제주의 모든 혈맥을 끊으려던 호종단이 떠나자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산오름의 애국 전설이 있어 이약동 목사가 한라산신을 모시는 제단을 이곳으로 옮긴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산천단에서 지냈던 산신제는 1908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지했으나 산천단마을 주민들은 일제 감시의 눈을 피해 산신제를 유지했다.

 

이후 1958년 제주시가 주관한 기우제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도 제주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가 봉행되고 있다.

 

산천단과 산천단을 품은 소산오름에서 인근의 삼의악, 관음사를 연결하는 ‘아라동역사문화탐방로’ 및 제주불교성지순례길인 ‘절로 가는 길’ 등이 조성돼 있어 힘들지 않게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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