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하나가 된 인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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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향 이용 역사의 뿌리가 대단히 깊다. 피라미드에서 화장품 용기가 발견되었고, 히브리인(Hebrew)들에 의해 제조 기술을 전수받은 이집트 여인들은 계절에 따라 눈꺼풀과 입술, 빰, 손톱 등의 색조화장품 제조기술에 향을 첨가했다.


미라 제작 시에는 시신에 방부 처리를 위해 향유 또는 향료 등을 이용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장기를 분리·정리한 후 완전히 건조된 미라를 나일 강물에 씻은 다음에 각종 향신료를 바른다.


클레오파트라 시대에는 나일강변에 향료공장을 짓고, 장미꽃잎이 뿌려진 침실이 딸린 배에도 향료를 뿌려 장식했다. 그녀의 몸에는 영묘향(civet; 사향고양이의 향낭에 모이는 분비물)이 조합된 향연고를 바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같은 초기의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향료식물의 재배지로 남부 프랑스의 그라스(Grasse)가 등장하면서 프랑스가 향료산업을 주도하게 되었다. 현재도 이 곳은 기후가 좋은 휴양지로서 향수 제조의 중심지이며, 주변에서는 향수의 원료인 장미·재스민 등 꽃과 오렌지 재배가 성행하며, 향수 외에 비누·올리브유 제조도 왕성하다.


유럽과 미국 쪽의 향 특성을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유럽의 향의 경향은 대체로 프랑스 풍의 귀족적이고, 다소 무겁다. 이에 반해 미국 풍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할리우드의 영화처럼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 그리고 밝은 이미지를 선사하고, 그 나름대로의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을 반영한 다양한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향은 불교문화와 맥을 같이 한다. 불교의식 가운데 공향(供香)은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민족은 향을 숭상했다. 이런 출발선상에서 향료가 인체의 체취를 제거하고 좋은 냄새를 풍기는 것에 착안하여 화장품으로 발전했다.


종교적 의식과 관련하여 청결·청정이 더욱 강조되어 목욕이 대중화되면서 목욕용품이 발전했다. 그 당시 주로 목욕용품은 곡물을 이용한 원시 비누 등이 일반적이였다. 이들은 곡물 특유의 비린내가 있어 이를 없애기 위해 향을 사용했다.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 승려 묵호자가 향을 이용해 병환 중인 왕녀를 치료했다. 신라 경덕왕 때부터 궁녀들이 향낭을 차고 다녔다. 그리고, 세종 때는 향료의 재배·생산을 장려했으며, 성종 때에는 향 식물의 재배관리를 감독하는 전향별감(專香別監)이라는 직제도 설치했다.


근대 화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에는 향료의 일반 대중화가 불가능했다. 1kg의 천연장미 향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2백만 송이 정도의 꽃, 4t 트럭 분의 꽃이 필요하다. 그래서 천연향료의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화학의 발달에 의해 알코올 공업과 합성이 발전함으로써 값비싼 천연향료를 대신하여 합성향료 시대가 열였다. 이로 인해서 향료의 일반화, 향수의 대중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향과 관련되지 않은 상품은 그다지 없을 정도이다. 인간의 삶은 향과 하나가 되어 돌아간다. 그래서, 현재 인간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향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크림, 화장수, 정발료(整髮料), 백분, 립스틱, 비누,  치약, 입욕제, 샴푸·린스, 환경용(실내, 자동차), 섬유유연제, 주방용 세제 등에도 필수적으로 향료가 첨가되어 있다.


식품에 향기와 맛, 감촉을 좋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식품향료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탄산음료, 과실음료, 유음료, 과자류(캬라멜, 하드캔디, 쵸콜릿, 비스켓), 냉과(아이스크림, 샤베트), 육류가공품, 조미료, 기호식품(담배, 츄잉껌, 은단), 동물사료 등에서도 향료가 제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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