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대가리와 닭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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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닭대가리’라며 다른 이를 놀린다. ‘닭대가리’는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하는 욕이다. 또한 고집이 센 사람을 ‘쇠고집’이라 하기도 하지만 ‘닭고집’이라고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여자들은 닭대가리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여자들이 닭대가리를 먹으면 그릇을 깬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속설일 뿐이다. 또한 여자들은 닭대가리를 그리 선호하지도 않는다.

‘닭살 돋는다’라는 말도 있다.

갑자기 찬 기운을 느끼거나 징그러운 장면을 볼 때, 도가 넘게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볼 때 사람들은 닭살 돋는다며 거부감을 보낸다. 이처럼 닭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이에 반해 닭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도 많다. 닭에게는 다섯 가지 덕이 있다는 게다. 머리에 있는 관은 문(文)을 말하며,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를 뜻하며, 적과 싸울 때에는 물러서지 않아 용(勇)이 있다는 게다. 이뿐만 아니라 음식이 있으면 혼자 먹지 않고 함께 먹으니 인(仁)을 가지고 있고, 밤을 지키고 아침에는 시각을 알려줘 신(信)이 있다는 것이다. 닭을 자세히 보면 이러한 다섯 가지 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닭의 진화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요크대학교 공동연구진에 따르면 화이트프리마스록 품종은 지난 50년간 두 번의 유전적 돌연변이를 겪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버지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학교에서 키운 화이트프리마스록 품종의 한 혈통을 50년간 관찰했으며, 여기에서 추출한 DNA 샘플을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닭은 일반적으로 매우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인 과정을 거치며 수백만 년, 또는 수천만 년에 걸쳐 변화하지만 화이트프리마스록 품종은 반세기 만에 두 번의 진화를 겪은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의 그레그 라르슨 교수는 “진화는 짧은 시간 안에도 일어날 수 있다”며 “기존에는 100만년 마다 2%씩 유전자가 변화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는 불과 50년 사이에 두 번의 진화를 겪는 닭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달걀을 먹고, 닭볶음탕과 닭백숙, 닭전골, 닭죽, 닭찜, 닭튀김, 닭볶음밥 등을 먹으면서도 닭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물론 ‘닭대가리’라며 놀리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소신공양하면서도 놀림감이 된 닭으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 닭 품종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진화하며 속을 달래고 있는 걸까.

사람의 말을 이해할 정도로 진화가 많이 이뤄진 어느 날, 사람이 ‘닭대가리’라고 놀리면 홰를 치며 사람에게 달려들지도 모르겠다.

박상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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