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삶의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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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논설실장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제시한 ‘행복하기 위한 조건 5가지’가 있다.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연설했을 때 들은 사람의 반 정도만 박수를 치는 말 솜씨가 거기에 해당한다.

그가 말한 행복의 조건이란 결국 모든 게 채워진 완벽함에 있지 않다. 오히려 부족함, 어떤 결핍에서 그것을 찾았다. 그 조건에 비춰볼 때 필자도 나름 행복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행복이란 만족한 삶이라고 했다. 자기가 만족한다면 무엇을 먹고 입든, 또 어떤 일을 하든 행복하다. 문제는 우리 한국인의 그 만족도가 늘 불만스럽다는 데 있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삶의 질’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5.8점이었다. 이는 OECD 평균치인 6.58에 휠씬 못 미치는 수치로, 34개 회원국 중 하위권인 27위에 그친다. 특히 자녀와 부모가 함께 있는 시간이나,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친지나 친구가 있느냐는 항목에서는 부끄럽게도 맨 꼴찌였다.

이렇게 한국인의 ‘삶 만족도’가 매우 낮은 건 사실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관련된 발표가 나올 때마다 늘 하위권에 처져 있어 우울하다.

특히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이고, 출산율은 최저치에 머물러 있다. 올해 유엔 세계 행복의 날에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가 143개국 중 118위에 랭크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이 왜 이리 팍팍한 걸까. 교육에서 시작되는 과열 경쟁에다 높은 주거 비용, 가히 절벽이라 불리는 꽁꽁 얼어붙은 취업 현실, 그리고 빈약한 노후 보장 등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그게 분명 그 요인이긴 하다.

그러나 삶의 행복이란 게 그것으로만 재단되는 게 아닐거다.

어디선가 ‘잔디 이론’이란 용어를 접했다. 조금 멀리 보이는 잔디밭은 매우 푸르고 좋아보인다. 자신이 앉아 있는 잔디는 듬성듬성 패여 있는데…. 그래서 그 좋은 잔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그곳 역시 잡풀이 섞이고 듬성듬성 패여 있긴 마찬가지다.

삶의 불행은 어쩌면 이웃집 잔디가 더 푸르게만 보이는 데 있다.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삶의 만족에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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