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일가족 수돗물 대신 농업용수 음용
10개월간 일가족 수돗물 대신 농업용수 음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수도관.농업용수관 재질 같아 구분하기 어려워
   
▲ 30일 제주시 한림읍 가정집에 농업용수관이 연결됐다가 상수관으로 교체한 공사 모습을 민원인이 보여주고 있다
행정의 안일한 대처로 일가족이 10개월 동안 수돗물 대신 농업용수를 마셔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모 마을에 사는 H씨(48) 가족 4명은 지난 2월 새 집에 짓고 입주를 한 후 수돗물이 졸졸 나오고, 여름철에는 물이 끊기자 한림읍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그동안 점검을 벌인 한림읍에선 “상수도에는 이상이 없다”고 답변했다. H씨는 지난 10월부터 수압이 약하고 물이 끊기면서 2층에선 수돗물을 받지 못함에 따라 최근 업체를 불러 자체 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이 집은 상수도관이 아닌 농업용수관이 연결된 것으로 밝혀졌다. 물이 수시로 끊긴 것은 인근 양배추 밭마다 농업용수로 스프링클러를 가동했기 때문이었다.

한림읍은 상수도 설치 시 준공검사는 물론 한 달에 한 번 수도 계량기(미터기)를 확인할 때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질 못했다.

더구나 수리를 위해 방문한 업자는 시약을 떨어뜨려 현장에서 바로 수돗물과 농업용수를 판별해 냈다. 이 업자는 “여름 가뭄에도 H씨 집을 제외한 이웃집에선 수돗물이 콸콸 나오는 것을 눈여겨봤다면 문제를 알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H씨는 “중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이 여름에 수시로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며 “그동안 불편해도 참았지만 10개월 동안 수도요금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농업용수 연결 문제는 안일하게 대응한 것에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림읍 관계자는 “상수도관과 농업용수관이 같은 재질의 파이프관이었고, 한 곳의 라인으로 매설돼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웠다”며 “시공 업체가 잘못은 했지만 그동안 부과한 수도요금은 전액 돌려주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수돗물은 매일 6개, 매월 53개 항목을 검사해 일반세균과 대장균군을 비롯해 비소·수은·카드뮴 등 중금속까지 모두 걸러내 전염병과 유해성분을 차단하고 있다”며 “농업용수는 먹을 수 있는 물이 아니어서 장기간 음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