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리엔탈 향수의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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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겔랑의 ‘샬리마’로 대표되는 오리엔탈 계열의 향수와 1980년대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플로리엔탈(floriental) 향수의 근원을 살펴보는 것도 제주다운 제주를 가꾸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리엔탈(oriental)이라는 명칭은 초기에 동양에서 유럽으로 유입된 향료를 통칭하는 아름다운 단어이다. 앞으로 “제주리엔탈(Jeju + Oriental)”이라는 용어가 지구상에서 더욱 정감어리게 다가올 수도 있다.


오리엔탈 노트라는 명칭은 향을 구성하고 있는 무스크, 시벳 등의 동물성 향료와 샌달우드, 파출리, 바닐라, 유황(olibanum), 몰약, 그리고 스파이시 등의 식물성 향료가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티벳 등이 원산지인 것에서 유래되었다.


오리엔탈 계열의 향은 동양의 신비롭고 에로틱한 이미지를 표현한 향조이다. 그래서, 이 노트의 향은 일반적으로 ‘바닐라의 달콤함이 내재되어 있는 파우더리(powdery) - 벨벳과 같은 부드러움을 지니며, 모헤어(mohair)처럼 관능적인 물질을 연상시키는 향의 특징을 표현하는 용어 - 를 주축으로 동물적인 향취가 터치된 중후한 향’이라고 한다. 이것은 보통 매혹적인 잔향이 강하게 남으면서 다소 관능적인 느낌을 선사하는 향취이다.


1906년 코티에서 발매한 ‘로리간(L’origan)’은 이 장르의 대표적인 것으로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향수이다. 이것은 오렌지 꽃(orange blossom), 카네이션, methyl ionone 등이 조화되어 있고, 파우더리 향에 의한 온화한 느낌과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풍만감을 연출하는 향수이다.


1925년에 출시된 ‘샬리마’는 시벳과 오포포낙스(opoponax)의 특성을 살린 향수이다. 이 향수는 요염하고 신비한 이성을 유혹하는 향을 담은 것으로 영화 워킹걸(working girl)의 여주인공, 멜라니 그리피스(Melanie Griffith)에 의해 멋지게 발산된 적도 있다.


아편이라는 뜻을 지닌 ‘오퓸(opium)’은 입생로랑에서 1977년에 출시한 향수로 전세계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향수는 클로브(clove)와 파출리가 묘하게 어우러지고, 앰버그리스의 절묘한 조화가 매혹적이고 신비한 방향을 연출하고 있다.


1993년에 발매한 ‘장 폴 고띠에(Jean-Paul Gaultier)’ 향수는 디자이너 장 폴 고띠에가 창안했다. 향수병의 디자인은 가수 마돈나의 무대복을 소재로 제작했다. 이 제품은 바닐라의 달콤함에 스파이시 노트를 조화시킨 고품격의 새로운 감각의 오리엔탈 향수이다.


1980년 중반부터 플로리엔탈이라 칭하는 새로운 물줄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물줄기는 오리엔탈과 플로랄 노트의 양쪽 특성을 조합한 장르이다. 2010년 대 후반부에는 오리엔탈의 뿌리에 제주의 느낌이 피어오르는 향수가 등장하길 바란다.


플로리엔탈에 속하는 것으로 1985년에 크리스천 디올의 ‘쁘아종(poison)’은 독이라는 파격적인 이름으로 탄생했다. 이 제품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여성상으로 등장한 것으로 이중적이며 도전적인, 여성스러우면서도 진취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1987년에 출시된 카샤렐의 ‘루루(Loulou)’, 티파니의 ‘티파니(Tiffany)’ 등이 이에 견줄만한 작품으로 이러한 계열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1990년에 선보인 랑콤의 ‘트레죠(Tresor)’도 이 장르로 분류된다.


이처럼 오리엔탈 노트를 살펴볼 때 제주만이 지닌 신비감과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감을 충분히 향수로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주가 잉태하고 있는 자연의 향취, 자연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푸른 잎, 감귤, 들꽃, 과일, 수목 등이 품고 있는 향, 제주 바다와 생수, 그리고 한라산 구름에서 느낄 수 있는 방향 등에는 멋진 향료가 숨쉬고 있을 것이다.


이들 향료로부터 오리엔탈 노트의 진면목을 담은 “제주리엔탈”이라는 향수가 출시되면 동양의 제주도는 한층 풍요로울 것이다. 제주리엔탈을 담을 수 있는 용기는 한라산에 은신하고 있을 것이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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