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습과 추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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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실. 前 제주산업정보대 부학장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어떤 때일까? 사람이 각자 자기의 직분에 충실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한다. 가을의 추수가 끝난 황금빛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농촌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은 아름다운 세계의 명화로 손꼽힌다.

소방관이 불을 끄는 모습도 아름다운 모습이고, 근로자가 이마에 수건을 두르고 땀범벅이 되어 망치를 든 모습도 아름답게 보이며, 젊은 어머니가 품에서 잠든 애를 내려다보며 미소짓는 모습도 아름답다.

지난달 3일 파주의 1사단 신병교육대 식당에서 식판을 든 장병들에게 김이 펄펄 나는 짜장면 소스를 국자로 떠주는 군종교구장 정우 스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는 아름다운 모습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았다.

반면에 농민이 생산한 쌀을 길바닥에 팽개치는 모습이나, 경찰관이 범인을 보고도 못 본체 하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력을 이용하여 위세를 부리고 있으면 이 역시 추한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지난달 23일 방송에서 사찰에 숨어 들어간 지명수배중인 범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김진태 의원의 방송 대담에 대하여 스님들이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에 찾아가 항의하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다.

범인이 어느 곳에 있건 공권력을 투입하여 체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그리 대답해야 한다.

국법을 위반한 범인이라면 어느 곳에 있든지 체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당연한 공권력이고 국가의 임무이다. 다만 종교시설의 경우 많은 신도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기원하는 도량이기 때문에 그 신성성을 존중하여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세상의 오욕과 탐·진·치(貪·瞋·癡)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속세의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옷을 마다하고 출가하여 염의를 입고 삭발하여 해맑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인의 존경을 받아야 할 스님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추궁하는 모습은 어쩐지 아름답지는 않았다.

나는 신행단체의 책임을 졌던 불자로서 평소에 스님을 존경한다. 학덕이 높고 선행을 하고 염불을 잘해서만이 아니다. 이 좋은 시국에 중생을 계도하겠다고 세속을 떠나 염의를 입고 삭발을 하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새벽 예불을 보고 시중하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럽다. 그래서 거룩한 스님으로 귀의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에게 항의하고 의원실 앞에서 목탁을 치면서 염불하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염불을 하며 무엇을 기원했을까?. 혹시 스님들이 진노한 마음으로 김 의원을 저주하여 구업(口業)을 지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다.

장병들에게 짜장면 소스를 을 나눠주는 스님은 목탁도 없고 염불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장병들이 건강하게 군의 임무를 마치기 기원했을 것이라 믿기에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웠다. 품에 잠든 어린애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아무 생각없이 부처님만 바라보며 속세의 삼독인 탐욕과, 진노함과, 어리석음인 탐·진·치를 버리고 염의를 입고 삼매경에 이르러 염불하는 스님의 해맑은 모습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해를 보내는 세모에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자기의 직분에 맞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선업(善業)을 짓는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을 보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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