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말을 자주 되새기곤 한다.

 

배운 것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세속에 아부하며 출세하려는 태도를 일컫는다..

 

‘사기(史記)’ 유림전(儒林傳)에 전해온다.

 

중국 한나라 4대 황제인 경제(景帝)는 선정을 펼치려 천하의 인재를 모았다.

 

그중엔 아흔의 고령에도 대쪽 같은 성품으로 유명한 원고생이 나온다.

 

그는 황제의 부름을 받은 후 명성대로 거리낌 없이 직언을 쏟아냈다.

 

원고생은 평소 자신을 깔보고 처세에 밝은 젊은 학자 공손홍을 불러 세워 이랬다.

 

“요즘 학(學)의 도는 어지러워지고 속설(俗說)이 유행하고 있네. 다행히 자네는 젊고 학문을 사랑하는 선비라 들었으니 부디 바른 학문을 열심히 닦아 세상에 널리 전하시게. 결코 ‘옳다고 믿는 학설을 굽혀 세상 속물들에게 아첨하는 일(曲學阿世)’이 있어서는 안 되네.”

 

공손홍은 원고생의 인품과 학식에 감복한 뒤 제자가 돼 훗날 명재상이 된다.

 

▲생쥐가 꿀맛을 알면 꿀단지 입구를 넘보다 끝내 빠져 죽고 만다.

 

출세나 명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꿀맛처럼 여기다간 그 맛에 미쳐버린 생쥐처럼 되기 십상이다.

 

세상의 명리는 알맞으면 약이 되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생각이다.

 

떳떳한 명성은 원치 않아도 빛나고, 꾀로 얻은 명성은 번쩍하다 마음의 눈을 멀게 한다.

 

살다 보면 주위를 돕지 못할 망정 해코지는 않아야 그래도 쓸모의 여지가 있는 법.

 

못 먹는 감 찔러보고, 못 먹을 밥에 재 뿌리는 게 결코 정상적이라 보지 않는다.

 

막힌 게 있으면 트이게 하고, 썩는 건 신선하게 돌릴 수 있는 지혜를 나눠야 하지 않겠나.

 

명리에 걸신들다간 스스로 화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

 

▲여러 기억 속에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새로운 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2016년의 키워드는 ‘희망’ ‘낭보’ 등 건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이미지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3년 전 부도 상황에서도 맨몸으로 버티며 신문사를 회생시켰다.

 

요즘은 그때보다도 맘고생이 더 심하다.

 

명예와 의리를 생각하기 힘든 현실이 참담하고 황망해서다.

 

지금 우리에겐 2000년 전의 공손홍처럼 부끄러움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이도 없다.

 

홍자성은 ‘채근담’ 첫머리에 “도덕을 지키며 사는 자는 한 때가 적막할 뿐이고, 권세에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리라”고 했다.

 

잘못된 업과 그 응보는 후대까지 이어진다는 걸 명심할 일이다.

 

함성중 미디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