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다짐 더하기
한 가지 다짐 더하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승희. 춘강 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2015년도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 목표액이 당초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음에도 그 달성이 어렵다는 기사와 더불어 도내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과 기부가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보게 돼 마음이 참 무겁다.

감귤가격 폭락 등 긴 겨울비로 제주경제의 시름이 깊음도 한 이유겠지 하며 자위해보지만, 빠듯한 사회복지시설의 살림살이를 알기에 걱정이 깊어진다.

몇 년 전만해도 겨울 한파가 시작되면 언론에서는 연일 불우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미담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미담이 드물다.

지난 23일 성탄절을 앞두고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부부가 동반 가입하는 미담이 있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홍권일·한명옥 부부가 그 주인공으로 “동네 슈퍼마켓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등 이웃 주민 분들의 도움으로 일군 것 중 일부나마 사회에 되돌리게 돼 한결 마음이 가볍고,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골프선수 박성현(22)도 지난 22일에 가입식을 마쳤는데, 그녀는 “올해 한 일 가운데 가장 뿌듯하다. 마음이 채워진 느낌이다. 나 또한 어려운 시기에 많은 도움을 받아 이겨낼 수 있었다”며 가입 동기를 밝혔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죽음을 목전에 둔 힘든 상황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지인이나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타인의 사랑과 온정이라고 말한다.

온정에 목마른 12월.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여 준 주인공들 모두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에 감사하며, 자기 역시 누군가에게 갚는 것일 뿐이라는 겸손함으로 그 빛을 더욱 발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 사회가 살 만한 까닭은 이들처럼 따뜻한 마음들이 빛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아쉬운 것은 이와 같은 선행들이 대부분 연말에 몰려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해를 돌아보는 시점에서 미처 행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빚을 청산하고자 함이자, 선행으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이 세밑으로 쏠리는 것일 테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독거노인의 푸념처럼, 겨울엔 김장김치가 넘쳐나 보관할 곳이 없어 걱정이고, 그 김치에서 군내가 날 즈음부터는 김치가 없어 걱정하는 빈곤 가정의 현실을 낳고 있다. 우리의 이웃들은 한겨울 난방비 말고도 필요한 게 너무 많다.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도 전기료가 무서워 전기장판조차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어르신의 아랫목은 냉기로 엄동설한 한복판이다. 변변한 선풍기 하나 없이 한여름 폭염을 견뎌낸 이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온 몰풍스러운 한겨울 방안 풍경이 안쓰럽기만 하다.

새해가 시작되면 작심한다. 설령 그 다짐이 삼일을 넘기지 못한다 해도 우리는 목표와 다짐을 하얀 종이 위에 적어 내려간다. 그 위에 한 가지 더 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웃과 함께하기’, 지난 한 해 누리고 산 행복에 대해 빚 갚기이고, 우리 가정의 행복을 위해, 우리 자녀들을 위해 도와 준 이웃들과 함께 하자함이다.

체감하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매일같이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삶을 채우고 있고, 2016년도 그렇게 살아나갈 것이다.

새해 아침, 감사함으로 그들과 함께하기 위한 ‘한 가지 다짐’을 더하기를 권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