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주민들 수심 가득
마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주민들 수심 가득
  • 김문기 기자
  • 승인 2015.12.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공항 예정지 현장을 가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10일 서귀포시 성산읍지역을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한 이후 해당 지역 주민들이 촛불집회, 차량 시위 등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성산읍 온평·신산·난산·수산1리 등 4개 마을 주민들은 제2공항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부지 선정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토지 수용으로 조상대대로 살아 온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하소연과 함께 고향을 지키더라도 평생 항공기가 뜨고 내리면서 발생하는 소음 피해를 겪으며 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 마을은 ‘공항없인 살아도 땅 없인 못산다’, ‘목숨보다 귀한 내 땅에 웬 활주로냐’, ‘우리아이 미래 없고 조상님들 통곡한다’, ‘우리마을 동강내는 제2공항 결사반대’, ‘우리는 이대로 살고싶다’ 등의 내용을 담은 펼침막을 마을 곳곳에 내걸고 제2공항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감귤 수확이 한창인 지난해 12월 말 제2공항 예정지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온평리 한우농장에서 만난 송동환씨(30)는 “제2공항이 들어서면 3대에 이어온 가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송씨는 “10년 전 부모님으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흑우 250마리, 한우 50마리 등 3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며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이후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잔 날이 없다”고 했다.

농장장으로 있는 오창수씨(60)도 “젊은 사장이 미래를 내다보고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 해도 대규모 축사를 옮길 장소를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토지를 임대받아 월농무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난산리에 있는 한 월동무 밭에서 만난 오모씨(56)는 “올해 땅 1만평(약 3만3000㎡)을 임대받아 월동무를 심었다”며 “내년에는 농사지을 땅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오씨는 “땅이 없는 다수 주민들이 농지를 임대받아 월동무 농사를 짓고 있다”며 “제2공항 건설이 시작되면 수십년 동안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 온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오씨는 토지 보상도 받지 못하고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임차농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난산리의 한 감귤밭에서 만난 70대 초반의 한 노인은 “공항이 들어와서 좋을게 하나도 없다. 소음 때문에 마을이 시끄러울텐데 누가 찬성하겠나”고 반문했다.

마을과 마을 간 연결 된 주요 간선 도로들이 제2공항 부지에 편입되는 데 따른 문제점도 나왔다.

이 노인은 “지금은 마을에서 읍내까지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이 공항으로 막힐 경우 일주도로를 돌아서 가야 한다. 도로가 없어지면 앞으로는 차로 30분 이상 걸릴 것”이라며 “공항이 들어서면 우리 마을은 고립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신산리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지만 우리 마을을 포함한 성산읍지역이 최적지라는데는 의문을 갖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특히 최근들어 공기맑고 조용한 곳을 찾아 제2공항 예정지 마을에 정착한 귀농귀촌인들이 많은데 이들에게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