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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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전문 강사>

“오늘은 이야기 짓고 기억했다 쓰기를 해보자.”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까? 하는 초등 6학년들과의 시간이었다. 마침 이 팀은 여자 어린이와 남자 어린이가 반반씩이기는 하지만 남자 아이들이 좀 얌전한 편이라 수업분위기는 참 좋다. 좀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공동 이야기를 지어내기로 했다. 그 다음 그 내용을 기억했다 전체 흐름에 빠짐없이 잘 적는 게 목표다. 그렇게 잘 되면 뒷이야기가 이어지고….


한 번의 이야기가 회전되고 목표한 대로 잘 진행되자 수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세번 째 쯤 되자 다들 자기가 먼저 이야기 짓기를 하겠다고 나선다. 이 수업에는 시작이 중요한 편이라(발단이 뭔가 있어야 하기에) 망설이고 있는데 한 아이가 아주 적극적으로 본인이 하겠다고 한다. 망설이다 한 번 말해보라고 했더니


“깊고 깊은 산 속에 한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고 한 줄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냥 두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 좀 더 실감나는 이야기가 될까 싶어 욕심을 냈다.“한 아이가를 네 이름을 넣어 00가 살고 있었습니다로 하면 어때?” 라고 하자 아이들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 이어지고 있는데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주인공 모습이 뭔가 시시해지면서 놀리는 분위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 다음 뒷이야기 상상하는 부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크~~, 이러면 안되는데…’
지금 와서 후회해봐도 엎질러진 물이다. 이미 이야기는 청산유수로 쏟아져 나오는데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지만 더러는 주인공이 곤란을 겪거나 엉뚱하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나왔다. 그 아이 표정은 점점 시무룩해지더니 눈물이 고여있다. 아이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티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 모른 척 하고 수업을 마쳤지만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먼저 마친 아이들은 다 돌아가고 그제서야 마친 이 아이만 남아있다.
“00야, 선생님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네 이름을 넣었던 건데, 그게 잘못 생각햇던 거 같아. 미안해. 선생님이 잘못했어.” 아이는 마지못해 이해한 듯 그렇게 돌아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애들아!, 미리 말해둘 게 있어. 지난 주에 선생님이 좀 더 실감나게 해보려고 이야기 속에 00의 이름을 넣었는데 이야기가 조금 이상해진 경우가 있었어. 그 때문에 00 마음이 안좋아서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사과했거든. 너희들도 00의 기분을 이해해주고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부탁했다. 더불어 사과하는 뜻으로 아이스크림을 쏘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00덕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좋아했다. 그제서야 아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어른이라고 해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음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떳떳할 일이 아니었다. 실수하고 여겨질 때, 그 때는 사과를 하고 다시 그렇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이 진정 신뢰를 얻는 길이 아닐까, 다시 한 번 되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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