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엎기도 한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엎기도 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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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대우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016년 새해를 맞는 각오를 표현한 말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배는 군주에 비유되고, 물은 백성에 비유된다. ‘백성은 물과 같은 존재로, 배를 띄워 주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 ‘민의(民意)가 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몰락시키기도 한다’는 의미다.

원 지사는 “몇 년 전에 기득권을 내려놓면서 ‘수능재주 역능복주’를 담은 연하장을 올린 적이 있다”면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하고 엎기도 한다. 민심이 천심이다. 지금도 그때 초심이다. 올곧은 길을 걷는 일 못지않게 도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특히나 올해는 제주도제(濟州道制)가 실시된 지 70주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제주도민들에게는 대한민국 광복 70년만큼이나 큰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제주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한 이후 제주 제2공항 계획, 제주신항 구상, 제주미래비전 수립 등 제주미래를 이끌 굵직한 성과와 과제가 동시에 부각됐다. 그 어느 때보다 도민들의 역량이 모아져야 할 시기다.

하지만 제주사회 곳곳은 지금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익단체 간의 갈등의 아니라 행정과 도민 간의 갈등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제주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됐다. 도내·외에서 환영과 기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해당 지역인 성산읍 주민들의 반대의 목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충분히 소통했느냐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답이 있을 것이다. 본지가 신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37.3%가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꼽았다.

오랜 세월 갈등을 지속해 온 강정마을 민군복합형관광미항도 민항은 없고 군항만 있는 반쪽짜리로 문을 열게 됐다. 뿌리 깊은 갈등의 골을 해결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도정은 협치를 강조하며 강정마을 갈등 해소를 공약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과 주민 간의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제주시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1년 내내 주민들과 대립하고 있다. 공사가 중단돼 소송에 휘말린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은 해결책이 묘연하고, 의료관광 활성화를 내세운 외국계 영리병원도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있다.

제주도는 조만간 제주미래비전을 확정한다. 제주비전과 실천계획에는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사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이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면 또 다른 갈등이 양산될 수 있다.

올해에는 또 대규모 항만 인프라 시설인 제주신항이 윤곽을 드러낸다. 앞서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쳤지만 정부 계획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소통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대립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은 도제 실시 70주년, 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인 해일 뿐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정이 반환점을 도는 해다. 이제 중반에 접어든 제주도정은 제주의 ‘제2도약’을 이끌어야 하고 그 밑바탕에 도민과의 소통과 협치가 전제돼야 한다.

원희룡호(號)를 물 위에 띄운 것은 제주도민이다. 원 지사가 말했듯 도민의 뜻은 천심이다. 천심을 헤아리지 못하면 천심이라는 물 위에 뜬 배는 언제든지 뒤엎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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