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담양-푸른 대나무 세상…마음에 바람이 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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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게 내린 가을비로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모두 가셨다. 가을바람을 따라 걷기만 해도 좋은 곳에 보고·듣고·만지면서 오감을 깨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까지 준비됐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대나무의 낭만을 찾아 담양으로 걸음을 옮기자.

‘대숲에서 찾은 녹색 미래’를 테마로 2015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가 한창이다.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 박람회에는 자연과 기술, 옛것과 현재가 어우러져 있다. 담양을 대나무골로 만든 푸른 숲에서 대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눈으로 쫓기만 하는 밋밋한 박람회가 아니다. 대숲의 속삭임을 듣고, 대나무의 풍미를 맛보면서 오감(五感)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자, 이제 대나무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관방제림을 지나 중문으로 입장해 박람회 나들이를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산책길에 상큼한 음악이 흐른다. 흔히 말하는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 공연’이 하루 4차례 진행된다. 풋풋하고 상큼한 음악이 함께하는 산책이다. 나들이에 먹을 것이 빠질 수는 없다. 대나무 박람회에 어울리는 대나무 아이스크림, 대나무 엿, 대잎 식혜는 물론 케밥과 감자 튀김 등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본격적으로 대나무를 만날 시간. 주제 전시구역으로 걸음을 한다. 국·내외의 대나무가 심어진 생태존을 지나 들어서게 되는 생태 문화관. 대나무 씨에서부터 생태환경, 효능 등 대나무에 대한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대나무를 공부하는 시간이지만 보기만 하는 지겨운 공부가 아니다. 차분하게 앉아 대숲의 소리를 듣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대나무 피리인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이야기를 보면서 대나무를 배운다.

대나무 명인의 손길도 접할 수 있다. 명인들을 초청해 죽세공예 만드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명인존이 마련됐다. 명인의 손길이 담긴 작품도 구매할 수 있다.

자연 속 대나무를 만난 뒤 미래 성장관에서 대나무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엿본다. 대나무 박람회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전구가 전시관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알고 보니 대나무와 과학의 만남, 대나무 산업화의 시작을 말하고 있는 전시물이다. ‘대나무 필라멘트와 에디슨의 전구’. 대나무를 전구의 필라멘트로 사용해 전등의 실용화를 이뤘던 에디슨의 이야기를 통해 대나무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노트북 케이스, 스피커 등 대나무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고 대나무로 만든 밤부 하우스도 있다.

기업관·국제관에서는 탈취 및 제습 효과, 향균성, 통기성 등 대나무의 효능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향초, 장식물, 드림캐처, 악기, 도마, 침대 등 대나무의 변신은 무죄다. 중국, 파키스탄, 인도, 미국, 일본 등 37개국의 110여 개 기관과 기업체가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관에서는 대나무뿐만 아니라 커피나무, 파파야, 바오밥, 쑥부쟁이, 뱀오이 등 다양한 농식물을 볼 수 있다. 팬더 죽순피자 만들기, 대나무 필라멘트 전구 만들기, 죽초액 족욕체험, 대나무 활 만들기 등 대나무를 통한 체험 공간도 흥겹다.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참여행사도 놓치지 말자. 전국연날리기대회(3·4일), 대나무 발명품 공모전(15일까지 접수), 댄스 경연대회(4일)등이 계속된다.

북적북적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면 죽녹원에서 고요한 산책을 하며 힐링의 시간을 갖자. 눈 돌리는 곳 모두 대숲이고, 한 폭의 그림이다. 죽녹원에는 이이남 작가의 예술도 담겨있다. 잊지 말고 이이남 아트센터를 찾자. 예술을 만나고 가는 길 곳곳에 대나무를 조형예술화한 의자가 자리를 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대숲 미로, 대나무 터널, 죽녹원의 대나무를 투영하는 미러큐브 등 고요하지만 지루할 틈 없는 대나무숲 산책이다.

문화 이벤트도 대나무 축제를 풍성하게 한다. 9일 힙합 리듬이 무대를 휘감는다. 오후 7시부터 MC 스나이퍼, 술제이, 베이식 등 힙합 뮤지션들이 ‘힙합 엔 글로벌데이’의 밤을 만든다. 같은 날 8시 담양 문화회관에서는 오정혜의 ‘굿보러 가자’ 공연이 진행된다.

가을 낭만을 더할 포크 음악도 준비됐다. 3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독수정에서 유리상자, 양하영, 이재성 등이 가을사랑 포크 콘서트를 연다. 10일 오후 7시에도 이택림·동물원·소리새가 추성무대에 올라 80·90의 추억을 노래한다. 대나무의 고장에서 만나는 클래식 무대는 어떨까? 10일 오후 4시 담양 문화회관은 여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가득 찬다.

박람회 행사가 끝나는 10월의 마지막 밤은 ‘4인 4색 슈퍼콘서트’로 채워진다. 가수 남진·박상민·이은미·인순이의 폐막 기념 공연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주말에는 ‘대숲소리 대숲가락’을 테마로 하는 대금, 가야금 등 국악무대가 죽녹원 전망대에서 펼쳐진다. 추억의 스포츠 스타들을 만나는 자리도 준비됐다. 4일 오후 2시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사람’에는 장정구·박종팔·황충재(이상 복싱), 이봉걸·박광덕·백승일(이상 씨름), 마라토너 이봉주가 참여한다.

넉넉한 걸음으로 담양을 찾자. 메타세쿼이아길, 가사문학관, 한국대나무박물관, 가마골생태공원, 소쇄원 등 담양의 고즈넉함까지 안고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광주일보=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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