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경남 섬기행-화양연화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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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様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일상탈출….

여행이란 그런 것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그 힘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것.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온통 두꺼운 옷에 휩싸인 것처럼 마음마저 닫아놓기보다는 일단 떠나보자.

한겨울이라지만 경남은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 비견될 만큼 따뜻한 곳이다. 특히 경남에서도 거제와 통영은 52개의 유인도와 161개의 무인도가 포진해 아름다운 섬들이 많다.

비움과 사색의 묘미가 있다는 겨울 섬여행, 떠나볼까.

◆ ‘나만의 섬’외도 보타니아

거제시 일운면 해금강 부근에 떠있는 작은 섬 외도(外島) 보타니아(Botania).

‘환상의 식물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외도 보타니아는 겨울에 피어나는 동백꽃이 70%를 차지하고 열대식물이 많아 사계절 초록을 자랑하고 있다. 휴가 인파가 몰리는 여름이면 관람객에 떠밀려 제대로 구경조차 못하겠지만 겨울에 찾는 외도는 ‘나만의 섬’이라 해도 될 만큼 한적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1969년 이창호·최호숙씨 부부는 태풍 때문에 하룻밤을 머문 것이 인연이 돼 섬을 사들인다. 외도는 144.889㎡의 면적에 80m 높이의 절벽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섬이었다. 밀감을 심고 돼지를 키웠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는 데 착안해 시작한 일이 오늘날의 외도가 됐다.

외도는 거제 구조라, 도장포, 장승포, 해금강, 학동, 와현 유람선선착장 6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 외도에 도착하면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 타고 왔던 유람선을 다시 타야 하기 때문이다. 1년에 기상 악화로 평균 45일가량은 배가 뜨지 않아 외도를 가고 싶다면 먼저 날씨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다.

외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식물원이자 산책로다. 1000여 종의 식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용설란과 50년 된 백련초, 쉽게 볼 수 없는 바나나꽃, 야자수, 유카리 등 ‘선인장 동산’에는 낯설고 이국적인 아열대 식물들이 반긴다.

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비너스 가든’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이 연상될 만큼 아름다운 석축물과 곳곳에 배치된 조각상이 푸르디푸른 거제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한적한 ‘비너스 가든’을 걷노라면 내가 왕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비너스 가든’을 지나면 ‘천국의 계단’이 있다. 섬 주인이 처음 밀감농사를 짓기 위해 심었던 3000그루의 밀감나무와 매서운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심은 방풍림용 8000그루의 편백나무는 한파와 태풍으로 실패했지만 그때 빈 울타리가 남아 아름다운 ‘천국의 계단’을 만들어냈다.

외도는 하루에 1만5000명밖에 들어오지 못한다. 한 번에 3000명이 넘으면 관람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 거제, 육지? 섬?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있다. 와현해수욕장·구조라해수욕장·학동몽돌해수욕장·함목몽돌해수욕장 등 해수욕장만 17개나 된다. 무엇보다 거제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로는 절경 그 자체다. 해안선 길이만 386.74㎞로 푸른 바다와 맞물려 가도 가도 심심한 곳이 없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4시간가량이 소요된다.

거제는 외도 외에도 동백의 비밀을 간직이라도 한 듯 섬 70%가 붉은 동백 숲으로 이뤄진 지심도, 해산물이 풍부한 ‘이로운 물의 섬’이라 불리는 이수도와 윤씨 삼형제의 효성으로 바닷길이 열린다는 윤돌도, 최근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가 된 칠천도도 들러봄직하다.

◆ 눈길 닿는 곳 모두?비경인 통영의 섬

예향의 도시 통영은 한려수도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42개의 유인도와 109개의 무인도가 있는 곳이다.

최근 통영에서 가장 핫한 곳은 장사도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배경으로 김수현과 전지현이 나오면서 젊은이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 됐다. 장사도에 들어가면 2시간의 관람시간이 주어진다.

CF 때문에 일명 쿠쿠다스 섬으로 불리는 소매물도는 진시황의 신하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소매물도에 왔다가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 일행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의 서불과차(徐市過此)를 새겨놓았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하나의 섬으로 연결된다.

바다 한가운데 핀 연꽃이라는 연화도는 멀리서 보면 봉오리진 연꽃 모양이다. 사슴이 뛰어놀던 욕지도, 곳곳에 비경을 간직한 연대도도 있다.

일본인들이 이 섬 여인들이 너무 예뻐서 일본말로 미인을 일컫는 ‘비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는 비진도는 맑은 풍취, 기암괴석과 함께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자연이 제공하는 풍성한 먹거리와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숨겨진 다도해의 보물섬인 노대도, 섬의 형세가 하늘을 나는 새 모양을 닮아 ‘새섬’이라 불리기도 하는 학림도, 옥녀봉 등 등반코스로 유명해진 사량도 등 통영의 섬은 어디를 가나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 놓칠 수 없는 맛

통영과 거제는 청정지역인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통영 굴은 국내 굴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겨울이 제철로 날 것으로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굴 껍질째 구워먹는 굴 구이는 굴 향과 뜨거운 육수가 곁들여져 겨울철 별미다.

겨울철 거제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는 대구다. 머리와 입이 커서 이름 붙여진 대구(大口)는 회귀성 어류로 거제와 진해만을 떠났다가 겨울이면 다시 거제, 진해만 일대로 돌아온다. 대구탕은 물론 찜도 일품이고 겨울 해풍에 말려 국을 끓이거나 고추장에 찍어먹어도 좋다.

거제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먹거리는 유자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에서 잘 자라는 유자는 거제의 기후에 적합하다. 겨울에 생산해 주로 따뜻한 물에 타서 차로 마시면 풍부한 비타민C가 기분을 돋워준다.

거제는 멍게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주로 4~6월 채취하지만 겨울에는 냉동 보관했다가 사계절 먹는다. 멍게비빔밥은 양념과 버무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 것으로 일품이다. 곁들여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맑은 탕도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경남일보=이현근·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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