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과 제2의 강정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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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제2사회부장대우
일찌감치 고향 성산읍에 내려가 무 농사를 짓고 있는 고교 동창은 평소에 말수가 적은 내성적인 성격의 친구였다. 그런 동창이 제2공항 주민 설명회가 열린 성산국민체육센터 단상에 올라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40대 초반인 그는 반대대책위 ‘돌격대장’을 맡고 있다. 머리띠를 맨 투사에게 안부 전화를 건넸다.

“우리는 이 나라 백성이 아닌 것 같다.” 요즘 온평·난산·신산·수산1리 마을에 번지는 유행어라고 했다.

동창 역시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집에서 공항 경계까지 200m로 소음 때문에 살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래도 외부세력과 연대한 반대 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성산읍에도 이주민들이 많은데 이들 중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한 청년들을 알고 지낸다고 했다.

또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시위에 참여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성산읍 일부 마을 이장들은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제2공항을 밀어붙인다면 제2의 강정 사태를 불러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는 경고도 했다.

전국에 있는 환경단체와 종교단체에서 “도와 줄 일이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반대위에 오고 있다고 한다.

성산읍 주민들과 외부세력과의 연대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시간을 되돌려 지난해 7월 대한상사중재원은 해군기지 건설이 1년 넘게 지연된 것과 관련, 정부가 건설업체에 배상금 273억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정부는 일단 국방 예산에서 배상금을 지불한 뒤 시위를 벌여온 단체·인물들에게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은 돈을 낼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된 셈이다.

강정마을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을회는 해군기지 반대 활동으로 사법 조치된 주민들에게 부과된 벌금을 마을회 예산으로 대납해줬으나 재원이 고갈되면서 마을회관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반대 활동으로 지금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부과된 벌금은 2억5700만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포함하면 앞으로 2억원을 더 내야할 것으로 추산됐다.

2007년부터 7년 동안 사법 조치를 받은 주민과 활동가는 모두 665명이다. 이 가운데 550명이 기소됐고, 206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법당국이 개인에게 부과한 벌금을 마을에서 대납하는 것은 물론 강정마을 전 주민의 동의 없이 마을회관을 매각, 벌금 대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에 주민들 사이에서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2공항 반대위에서 선봉에 선 동창이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위는 하면 할수록 강도가 커지고 과격해질 수 있다. 결국, 법정에 서는 것은 물론 교도소 행도 감내해야 한다. 한 평생 농사만 짓던 주민들까지 다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동창의 지론이다.

성산읍 주민들이 반대 활동에 앞장선 결과물이 벌금을 내야하는 빚만 남았을 경우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것인가.

지난 7일 생계 수단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단상을 점거해 반대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의 의지는 결연해 보였다. 투자 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외지인들은 ‘축복’일지 몰라도 조상대대로 물려온 땅을 내놓게 된 주민들에게는 제2공항이 ‘저주’가 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제2공항 밑그림을 내놓자 성산읍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지난 13일 성산읍에 특별지원사무소를 개소한 만큼 앞으로 진솔한 마음으로 주민들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불통이 장기화 될 경우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성산읍은 대규모 시위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 제2의 강정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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