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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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직업 특성상 신문 지면을 통해 타인의 삶을 자주 들여다보곤 한다.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그 사람의 내면을 자세히 보지 않고 겉만 대충 보고 지나가지만 때로 횡재하곤 한다. 최근에는 가슴에 품고 싶은 시 한 수를 발견했다.

 

55년 공직 생활을 마치고 지난 15일에 퇴임한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81) 의 이야기다. 그는 예술의 전당 사장,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거치면서 집무실 벽 한자리에 줄곧 시인 구상의 시(詩) ‘꽃자리’를 걸어놓았다고 한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

 

내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는 구절은 힘들 때마다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가시방석도 꽃자리가 될 수 있는 말은 소위 ‘빡센 보직’에서 오는 설움과 불만 등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런 담금질을 통해 55년의 과정을 버틴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후배에게 이 시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그녀의 미소에도 17%의 두려움이 있다. 신비하고 매력적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의 미소’를 두고 하는 말이다. 6000점이 넘는 루브르박물관의 전시품 중 유일하게 자신의 방이 있는 그녀는 두 겹의 방탄유리와 경호원의 보호를 받는 VIP이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온 550만 명 이상에게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에도 두려움과 분노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그녀의 얼굴에 표현된 감정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미소에는 83% 정도가 행복하며 두려움과 분노가 혼합된 부정적인 감정도 17%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행복과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에드 디너와 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부자는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이란 책에서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행복과 불행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삶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초 되면 많은 사람이 인생의 새 단계로 진입하는 출발선에 서게 된다. 승진이나 부서 이동, 퇴직, 이직, 진학 등으로 낯선 환경에 직면한다. 각종 성공학 서적들은 환경이 바뀌면 바로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그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대개는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ㆍ육체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적응장애’를 겪게 된다. 연구 결과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도 ‘새로움’에 3개월 정도 헤매는 게 정상이라고 한다. 불안감은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누구에게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여기(now here)’란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적응하는 것이 상책이라면 상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구상의 시 한수 ‘꽃자리’를 마음 속으로 읊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른 후에 꽃자리에 취하지는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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